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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Sep 23. 2023

감기 기운

계절의 변화를 맞이하는 자세

 나는 몸에 열이 많다. 여름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름만 되면 땀이 많이 나서 한창 무더운 시기에는 여벌의 옷을 가지고 다니며 갈아입는 정도이다. 가끔 업무 시간에 집에 갔다 왔냐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열이 많은 나에게 있어서는 어쩔 수 없는 도리이다.


  내가 자는 방은 통창으로 되어 있어서 한낮에는 빛이 많이 들어와 쉽게 찜통이 된다. 태양이 저물어버린 밤에는 온도가 급격히 내려가 냉골이 되는데 요즘 일교차가 심해져서 그런지 어제 창문을 열어놓고 잤는데 목이 칼칼한 느낌이 드는 것이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았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한겨울 아니면 이불을 덮지 않고 자는 나의 수면 습관도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속에 감기 기운이 생기는데 일조했을 것이다. 이불이라도 덮고 잤다면 감기 기운이 없었을 건데 하는 아쉬움이 가득한 새벽 시간, 밤 잠을 못 이루며 한 시간 누워있다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내일 아내를 교육장까지 모셔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있기에 단 한 시간이라도 자야 했기에 억지로 억지로 잠을 청했고, 매일 마주하는 미라클 모닝 새벽 4시도 훌쩍 지나버린 아침 7시에 눈을 뜨게 되었다.


 어제와 같이 목이 간질거리는 느낌이 없어진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기며 어제 새벽잠을 못 이루다가 상태가 나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집 근처 편의점에 가서 액상 감기약을 사서 먹은 것이 신의 한 수가 되었다.

 환절기가 아니더라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상비약으로 집에 한 세트 정도는 항상 구비하고 있었는데 어제 막상 쓰려고 하니 보이지 않았던 감기약이 잠깐의 단잠과 운전을 할 수 있는 힘을 준 것이다.


 감기 기운으로 안 그래도 열이 많은데 열까지 있어서 아이는 내 몸 상태도 모르고 내 별명을 근육병아리에서 보일러로 바꿔주었다. 내 감기 기운이 온 가족에서 전파되지 않도록 미리 먹어버린 감기약 덕분에 상태가 더 악화되지는 않을 것 같다.


 항상 이맘때면 찾아오는 감기도 오랜만에 느껴보지만 항상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어야 한다는 지혜를 가르쳐준다. 눈에 보이지 않은 정도로 작디작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내 삶과 루틴을 방해하지 않도록 강력한 면역력을 키워야겠다.


 감기 기운이 컨디션을 저하시키고 책 읽기를 하는 가운데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었지만 차마 내 생각을 정리하기는 어려웠다. 글쓰기에 체력도 필요하지만 집중력도 필요하기에 평소 정리해 두었던 글쓰기로 참여하고 있는 매일의 포스팅을 마무리했다.


 글쓰기에도 체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진작 알고 있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글쓰기에 있어서도 면역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바이러스도 내 글쓰기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글쓰기 면역력’을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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