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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Sep 25. 2023

트렌타 곱빼기

가장 좋아하는 음료의 크기

나의 취향은 좀 독특하다. 특히 무엇인가에 한 번 빠지면 계속 깊이 파고드는 ‘오타쿠’ 같은 성향이 있다. 반면 호불호도 강해서 싫어하는 것은 정말 곁에 두지도 않으려고 노력한다.


 요즘 지속되는 가을 늦더위에 한여름 무더위 때부터 빠져있던 스타벅스 ’ 아이스 자몽 허니블랙티‘를 벤티 사이즈로 마시다가, 트렌타 사이즈가 출시되고부터는 계속 트렌타 사이즈로 아이스 자허블을 마시고 있다.


 클래식 시럽 없이 자몽베이스도 5번 만을 하는 나만의 취향을 반영한 아이스 자허블 트렌타 사이즈는 외근하는 동안 나의 갈증과 더위를 해소해 주는 최고의 음료이다. 하지만 이런 트렌타 사이즈도 아쉬운 점이 있는데 테이크 아웃만 된다는 것이다.


 아직 매장컵이 준비되지 않아서 테이크 아웃 전용으로만 즐길 수 있는데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매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는 벤티 사이즈로 사이즈 다운을 하여 마실 수밖에 없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와 놀아야 하는 날, 작정하고 한 작가님께서 트렌타에 대한 글을 보시고 선물해 주신 기프티콘을 이용해서 아이스 자허블 트렌타 사이즈를 두 개 주문했다. 작심하고 준비한 터라 트렌타 사이즈 음료를 두 개 담을 특대형 텀블러를 준비했지만 부끄러워서 차마 매장 안으로 들고 갈 수는 없었다.


 주문한 음료를 수령하고 준비한 텀블러에 담으니 마음속에 넘쳐나는 뿌듯함이 있었지만, 아내는 놀란 토끼눈을 하고 보고 있었다. 설마 이 텀블러를 가지고 들어갔냐며 재차 물어보면서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솔직히 나도 이 텀블러를 들고 매장에 들어갔다면 직원분도 아내와 같은 토끼눈을 하셨을 것이다.

엄청난 크기의 텀블러이기 때문에 운전하면서 마시지는 못했지만, 초가을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주말 나들이 동안 2개의 트렌타 사이즈 음료는 갈증과 피로를 해소해 주는 회복제가 되어 주었다.

 아이들이 하루 종일 놀 놀이터의 가장 좋은 자리를 선점한 기분도 잠시 하루 종일 볕이 들어 너무 더웠다는 후담이 있어서 마음이 불편했던 것도 2개의 트렌타 사이즈 음료를 마시며 달랠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늘 2개의 트렌타 사이즈를 담을 수 있는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고 싶지만 부끄러움을 감내할 수 없기에 다른 사람들의 눈으로부터 자유로운 새 텀블러를 구매해서 이용하고 있다. 내 개인적인 취향도 때로는 타인의 눈치를 봐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쿠폰적용도 안 되는 이 매력적인 사이즈의 음료는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료의 사이즈이다. 다른 사람에서는 불호의 사이즈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호인 사이즈로 비싼 가격에도 하루 종일 시원함으로 갈증을 해소하는 최고의 음료이다. 그래서 오늘도 출근하며 아이스 자허블 트렌타 사이즈를 구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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