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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Sep 22. 2023

나의 파인애플 사랑

취향의 부위

 나는 과일 중에서 파인애플을 가장 좋아한다. 파인애플이 먹고 싶은 때는 오키나와와 거제도에 간절히 가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오키나와와 거제도 특산물 중 하나가 파인애플이기 때문이다.


 오키나와는 코로나 19 이후로는 가지 못했기에 장인어른이 계신 거제도에 갈 때면 꼭 들리는 곳이 있는데 <파인에이플러스>라는 음식점이다.


[카카오맵] 파인에이플러스

경남 거제시 둔덕면 청마로 206 (둔덕면 거림리) https://kko.to/I2FGejI9R5

 이곳에 방문하면서 거제도의 특산물이 파인애플이라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고, 다양한 방법으로 파인애플을 요리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어서 가정에서도 파인애플을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왕관 같은 크라운과 노랗고 단단한 과육이 주는 달콤함은 어떤 과일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이 있지만, 파인애플은 대중적인 과일이 아니기에 나의 과일 취향은 아내에게 오해를 받기도 했다.

 토종 과일도 아닌 파인애플을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 나도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나는 파인애플을 너무나 좋아한다. 그래서 파인애플을 먹기도 하고 식초도 담그며 다양한 방법으로 파인애플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파인애플은 먹기 편한 과일은 아니다. 과육을 보호하는 단단한 껍질을 제거하기 어렵고, 과육 위에 있는 크라운은 음식물쓰레기인지 일반쓰레기인지인지 혼동되게 만드는 정체성의 의문을 준다.


 그리고 마트나 시장의 매대에서 거의 대부분 세워져 진열되어 있기 때문에 밑부분이 잘 썩는다. 그래서 사기 전에도 밑동을 잘 확인해야 하고, 구매 후 즉시 껍질을 제거해야 신선한 과육을 먹을 수 있다.


 우리 집에서는 껍질이 단단한 과일을 먹을 때 ‘잡는다’는 표현을 쓴다. 신혼 때는 이런 표현을 잘 이해 못 했지만 수박이나 파인애플을 잡을 경우는 주로 내가 집도한다.


 나는 파인애플을 잡을 때 돌려 깎기 기법을 사용하는데 더 많은 과육을 얻기 위해서이다. 특히 과육 중앙에 있는 단단한 심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위이다. 다른 사람들은 버리는 부위이지만 난 온전한 심을 얻기 위해서 돌려 깎기를 배웠다.

 하지만 돌려 깎기 기법에도 문제가 있는데 껍질 바로 뒤에 붙은 과육을 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몇 번 그대로 버리다가 껍질에 붙은 과육이 너무 아까워서 숟가락을 이용해서 긁어내니 부드러운 과육을 얻을 수 있었다.

 껍질 뒤에 붙어 있는 과육은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부위이다. 통에 담아 냉동실에 잠깐 넣어 둔 뒤 간식으로 주면 천연아이스크림과 같기에 아이가 너무 좋아하는 표정을 보여주는 나도 행복함을 느낀다.


 파인애플은 과육을 내어줌으로 나와 아이에게 달콤하고 단단한 맛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내 몸속에 들어가서는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를 이용해 체지방을 녹이는 유익한 역할까지 하니 파인애플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정체성의 의문을 들게 만들었던 크라운은 항상 옥상 텃밭에 심어 파인애플 수확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한다. 아파트에 살 때는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크라운 뿌리내리기가 주택으로 이사 온 후로는 두 번이나 성공해서 잘 자라고 있다.

 이번에 심은 크라운도 뿌리를 내려서 옥상 위 파인애플 밭을 만들고 싶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함을 느끼는 요즘 파인애플이 겨울을 잘 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볼까 생각하고 있다.


 이런 나의 고민을 아내가 알면 당연히 혼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나는 파인애플을 좋아하고 파인애플에 진심인 사람이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아이도 파인애플을 좋아해서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기에 아내의 핀잔이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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