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아 Oct 11. 2023

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

동화 속 상징을 발견하는 묘미

종종 아이와 함께 도서관을 가거나 아이의 방에서 동화를 같이 읽는 경우가 있는데 아이와 같이 책을 읽다 보니 아이의 책에 대한 취향을 알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아이는 나와 비슷하게 하나에 몰입하는 성향을 보였다.


 아이는 한 책을 여러 번 읽거나 똑같은 제목의 책을 여러 권 빌려서 읽는 것을 좋아한다. 유독 한 동화만 주야장천 읽는 모습을 보면서 보이지 않는 DNA의 힘을 체험하고는 한다.


 요즘 아이가 즐겨보는 동화는 <여우누이>인데 똑같은 제목의 책을 5권 정도 빌려서 비교해 가면서 차이점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낀다. 굳이 유사한 내용의 책을 빌려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이의 속내를 알 수 없으니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옆에서 아이의 책에 대한 취향을 보니 다른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저 책의 내용을 모두 외우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것 같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냥 재미있기 때문이다. 한 권을 여러 번 보아도, 제목이 같은 책을 여러 권 보는 이유는 단지 재미있기 때문이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인간의 유희’에 대해 생각해 본다.


 언어가 없었던 선사시대부터 최신 기술이 발달된 지금까지 인간 최고의 유희는 ‘이야기’ 일 것이다. 특히 선대에서 후대에 이르기까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구전 방식의 전개는 지역별, 시대별 차이가 발생하는 특장점까지 볼 수 있다.


 마치 우리나라의 콩쥐팥쥐전이 서양의 신데렐라와 유사한 스토리 전개를 보이는 것과 같다. 잃어버린 신발과 그 신발로 연결되는 결혼 스토리는 여러 번 읽어보아도 한 작가가 썼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유사한 부분이 너무 많다.


 아마도 실크로드와 같이 동서양의 무역이 빈번해지면서 서양의 이야기와 동양의 이야기가 서로 전파되고 각색되었기 때문에 유사한 부분이 점점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비단 신데렐라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른 동화도 우리나라의 전래동화와 유사한 점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는 원본과는 너무나 다른 내용이라서 각색된 내용이 많이 있다. 특히 원본 <빨간 모자>는 언급하는 것조차 주변의 눈치를 봐야 할 정도로 원색적인 내용이 많이 있어 혼자 볼 때도 주변을 살펴봐야 할 지경이다.


 대중성을 가지기 위해서 원본을 각색하고 순화하여 전해졌기에 지금 아이가 편하게 동심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순화하는 과정 속에서도 등장인물이나 그들이 사용하는 물건에 대한 상징적 의미는 변화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장화 신은 고양이>에서 고양이는 아직 힘이 없고 미약한 셋째 아들의 대리자를 상징하는 것이며, 그 대리권을 받은 표식으로 당시 귀족들의 임무를 수행하는 총사들이 신던 장화를 요구했던 것이다. 그래서 고양이는 장화를 신고 셋째 아들을 왕자로 변신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왕이 궁전을 떠나 여기저기 돌아다녔던 이유도 직접 세금을 걷기 위해서 하기도 했으나, 당시 왕이 살던 궁전은 말이 궁전이지 오랜 기간 왕가 사람들이 시종들과 함께 살기에는 비좁고 악취가 진동하는 비위생적인 공간이었기에 정기적으로 주거지를 옮겼던 것이었다.


 <장화 신은 고양이>의 시대적 배경이 중세 시대이기에 동화 속에서도 중세의 신분질서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중세적 신분질서를 앙시앵 레짐(ancien regime)이라고 한다.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피라미드 구조로 제1신분은 왕족과 성직자, 제2신분은 귀족, 그 외는 제3신분으로 구분되었다.


 이렇게 신분에도 수직적 위계가 있었기에 각 계층이 누리는 모는 것에도 수직적 위계가 있었고 특히 음식에서는 신이 있는 하늘로 갈수록 영양이 풍부하고 신성한 음식으로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동화 속 고양이가 새를 잡아서 왕에서 바치는 모습을 보면 정말 귀하고 좋은 것을 진상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정 12시 전에 집으로 돌아오라는 당부의 말은 마법의 효력이 끝나기 전에 와야 한다는 말 이면에 파티에 참석해서 외박을 하고, 혼전순결의 위협에 노출되지 말라는 대모님의 당부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면 아이의 동심이 유지될 수 있을지 상상해 본다.


 동화는 동화로 유지돼야만 그것을 읽는 아이의 동심도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화 속 이면에 보이지 않은 상징들은 그 동화 속 시대 역사적 배경 속에서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런 상징을 찾아가는 과정의 묘미를 알다면 동화도 아이들만 읽는 것이 아닌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100가지 동물로 읽는 세계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