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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Oct 12. 2023

무엇이 우리를 다정하게 만드는가

이타성 반응 모델 속 인간의 생존비결

아내가 모든 것에 적용하는 제1덕목은 친절함이다. 아무리 유능한 명의라 할지라도 친절하지 않으면 후순위에 둘 정도로 아내에게 있어서 친절함은 최고의 미덕이다. 하지만 나는 외모부터가 친절함과 거리가 멀기에 아내의 취향은 예상하지 못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조직 내외부의 사람들을 만나게 될 때 친절함이라는 덕목은 처음 보는 어색함을 해소해 주고, 서로의 유대감을 형성하게 도와주는 유도제의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백화점, 호텔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을 마주할 때 그들에게 무장된 친절함이 억압된 소비심리를 봉인 해제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육아를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들 일이다. 어릴 적 집에서 키우던 개가 새끼 강아지 8마리를 출산했을 때 살이 쪽 빠지고 젖을 먹일 때마다 날카로운 이빨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새끼에게 젖을 물리는 것을 보면서 모성애의 위대함을 목도할 수 있었다. 이런 육아의 스트레스와 신경적으로 날카롭게 되는 것도 아이의 미소 한 번이면 눈 녹듯 사라져 버린다.


 광고계의 불문율 3B(Beast, Baby, Beauty)인 Beast는 특히 어린 새끼인 경우는 그 효과가 더욱 극대화되는데 모든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귀여움 이면에는 무엇인가를 도와주고 싶게 만드는 연약함이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생태발생학적으로 볼 때 인간이나 동물의 새끼는 둥그런 두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 뾰족한 어른의 모습과는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사랑의 호르몬인 옥시토신의 분비로 이타성이 발휘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본능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본능이 자동적으로 반응하도록 만든 상황적 이타성이 가장 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길거리에서 넘어진 어르신을 보면 주위의 사람들이 도와주는 것과 같은 상황이 DNA 속 이타성을 발휘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이익 추구를 우선으로 하는 냉철한 비즈니스 세계 속에서도 상호호혜주의는 이타성에 기반하여 만들어졌으며, 도움을 받았던 경험은 훗날 자신에게 도움을 준 상대를 반드시 기억하게 만든다. 내가 도움을 받았기에, 반드시 그 도움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의 출발은 이타성에서 나오는 것이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신체적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협력이란 방법을 선택해 왔다. 특히 사냥을 할 때 맹수 앞에서 시선을 분산시키는 위험한 역할을 하는 이유도 식량을 구하는데 자신의 희생하려는 이타성의 발현이며 동시에 자신이 위험에 처했을 때 구성원들이 자신을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도 이타성에서 나온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런 이타성에 대한 믿음이 인간의 신체를 변화시켰고, 그 흔적은 인간의 흰자위에서 나타난다. 정면이 아닌 주위를 볼 수 있는 신체적 구조는 나보다 다른 대상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만들었고,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도 본능 속에 내재된 이타성을 발현시킬 수 있게 하였다.


 이런 신체적 이타성은 인간의 이타적인 행동에 대한 궁극적인 증거이자, 인간의 생존 비결이라 생각한다. 물론 대중 속에서 ‘구경꾼 효과’때문에 책임이 분산될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본능 속에는 이타성이 숨어 있고, 이타성이 발휘되어야 하는 상황과 마주한다면 말 그대로 본능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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