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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Oct 13. 2023

느낌은 어떻게 삶의 힘이 되는가

느낌을 이해한다는 것

퇴근 후 집에 들어와 현관문을 열었을 때 내 몸에 전해지는 냉기를 느끼는 날은 분명 내가 오기 전에 한바탕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내는 별일 아니라고 말하며 넘어가려고 하지만 순수한 아이와 오늘 일에 대해 이야기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다 알 수 있게 된다.


 내가 집에 오기 전에 발생한 감정적 충돌은 분명 사라졌지만 공기 중에 그 흔적을 남겼기에 나는 집안 공기만으로도 사라진 감정적 충돌을 느끼고 감지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인간의 오감각(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넘어 육감의 안테나를 통해 감정의 흔적을 탐지해 낼 수 있다.


 코로나19가 절정에 이르던 시기, ‘코로나 블루’라는 새로운 말이 생겼는데 코로나19가 감염되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홀로 격리되어 있던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나타내는 말이다. 오미크론 변이가 생겼을 때 코로나19에 감염된 나도 거의 2주가 넘는 기간 동안 집에 홀로 있을 때 아무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를 느끼기도 했다.


 사람의 느낌은 언제나 좋을 수만도 나쁠 수만도 없는 것은 아니다. 느낌의 변화는 반드시 존재하는 것이며 이런 느낌의 변화는 때론 격동으로 때론 차분함을 주기도 하지만 어떤 감정도 긍정적이란 말과 부정적이란 말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 부정적인 감정도 나의 감정이며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나를 부정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부정적 감정을 느낀 이후에 반응하는 태도에 달려 있다. 퇴근 후 집에 왔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어질러진 거실을 보고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어쩔 수 없을 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정리하지 못했던 이유나 상황에 대한 생각을 먼저 해보면 그럴 수밖에 없음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부정적인 행동만을 표출하는 것은 감정적인 악화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또한 동일한 상황 속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이 다를 수도 있으며, 나의 감정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감정의 일방통행’은 서로 간의 오해와 불신을 불러오기에 감정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정의 교류 또한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특히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은 일방적으로 내 감정만을 앞세우게 되며, 내 감정이 부족하거나 건강하지 않을 때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감정의 통제와 감정의 교류는 섬세한 감정의 수용체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인간은 개인마다의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간다. 신념이라고도 불리는 이런 가치관은 그 사람의 행동을 결정해 주는 지침이 되기도 한다. 신념이 더욱 견고한 상태가 되어버린 ‘절대 신념’은 마치 매뉴얼처럼 어떤 반응에 대한 공식적인 행동을 요구하지만 인간은 로봇이 아니기에 항상 동일한 반응이 나올 수는 없다.


나의 개인적인 느낌이 법과 사회적 규범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개인적인 느낌과 그에 따른 반응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동일하게 느끼거나 반응하는 것은 감정적인 획일화를 조장하는 것이 된다. 느낌은 가장 개인적인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미성숙하다고 느끼는 나의 과거마저도 나의 감정으로 인정하고 소중한 것으로 받아 들어야만 한다.


 흔히 지우고 싶은 과거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 감정마저도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든 자양분이라는 것을 인정한 때 앞으로 발생하게 될 그 어떤 감정도 소중하게 여길 수 있게 된다. 나의 감정이 소중하며 나 스스로 솔직하고 공정하게 접근할 때 그 감정이 주는 무언의 지지와 격려는 맹목적인 감정의 회오리에 휩쓸리지 않고 내 감정으로 나아갈 수 있는 나침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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