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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Oct 11. 2023

안 되면 될 때까지

연결을 막고 있는 것들과 연결하기

 최근 업무용 노트북을 새로 받았다. 사용하고 있던 노트북이 오래되기도 해서 충전이나 작동 오류 등이 많기는 했지만 조기 교체를 요구하지 않고 계속 사용했던 이유는 나에게 익숙한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 밥벌이의 도구로 자신의 역할을 다했던 고마운 존재이다.


 업무용 노트북이라 외부 메일이나 USB 같은 외부 메모리 사용이 제한되어 있어 쓰기 불편하지만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아 편리함을 추구하고 있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오해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요즘 같은 세상에 메일 제한이나 외부 메모리 사용을 금지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없지 않다.


 회사의 기밀을 외부로 유출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굳이 USB나 메일을 이용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의 불편을 주는 보안정책은 이제 변화의 옷을 입는 것이 어떨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직장인으로 회사의 방침을 따를 수 밖에는 없다.


 약 5년 전 지금 사용하는 노트북으로 교체할 때는 기존 사용하는 노트북의 HDD를 탈착 하여 사용하던 데이터를 옮겼지만 요즘은 보안스티커를 훼손할 수 없기에 사용하던 데이터를 옮기는 것이 쉽지 않다. 가장 쉬운 방법이 사내 메일을 이용해서 옮기는 것인데 나처럼 70기가 바이트가 넘는 대용량의 자료를 옮기는 데는 적절하지 않다.


 압축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메일이나 메신저 첨부 가능한 용량으로 분할 압축도 해보았지만 70기가 바이트의 크기는 원인 모를 오류를 만들었고 내 인내심의 한계를 자극했다. 그래서 가장 고전적인 방법인 랜포트를 이용하기로 했는데 요즘 출시되는 기종은 물론이거니와 5년 전부터도 노트북에도 랜 포트는 없었다.


 소중한 자료를 빠짐없이 옮기고 싶은 마음에 랜 포트 어뎁터를 구해서 요즘은 무선인터넷의 보급으로 쉽게 볼 수 없는 랜 케이블을 노트북과 노트북에 연결하여 서로를 공유했다. 두 개의 노트북이 동일한 무선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공유폴더를 통해 옮겨지는 소중한 자료는 무려 70기가 바이트였다.


 저녁 9시부터 시작해서 자정이 가까운 시간까지 30 퍼센트도 안 되는 진척률에 모든 파일을 한 번에 옮기는 작업을 해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평소보다 늦게 자기도 했고 자료 옮기는 것이 신경 쓰였는지 선잠을 잔 탓에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고 이동 중 오류를 발생시켜 몇 개의 파일은 손상되었고, 새로운 노트북은 작동 이상을 보이는 블루 스크린이 상태였다. 복구할 수 있는 자료만이라도 살리기 위해 시스템 복구를 시도하면서 거의 대부분의 자료를 살릴 수 있었지만 오늘 새벽 나의 루틴은 이미 물 건너간 상태가 되었다.


 평상시 쓰지도 않고 보지도 않는 자료를 위해 왜 이런 고생을 하는지 생각해 보면서 과연 70기가 바이트 중 진정 나에게 필요한 자료는 과연 몇 바이트인지 찾아보고 싶다. 이번 기회에 불필요한 것들은 과감히 버리는 결단을 통해 업무에서도 슬림화를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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