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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Oct 15. 2023

금요일을 보내는 방법

각자만의 불금

 내향적인 나는 평소 외부 모임을 하지 않는다. 코로나19 덕분에 이런 나의 성향을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엔데믹의 시간이 찾아오면서 사람을 만나야 할 때가 많아진다. 특히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나는 낯을 많이 가려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한다. 서먹한 관계가 지속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기에 나는 익숙한 대상을 만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런 성향도 글쓰기를 하면서 변하기 시작했고, 특히 글로 만난 사이가 된 글루틴 작가님들은 만나는 것을 즐겁고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지난주 목요일 서울에 살고 있는 작가님께서 가족들과 부산 여행을 오시면서 다른 작가님 한 분과 같이 저녁 식사를 하였다. 평소 외식도 잘하지 않지만 작가님과의 만남의 시간은 평소 하지 않았던 행동을 하는 변화의 시간이다. 물론 음식도 나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다.


 목요일도 밤늦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고 늦게 잦고, 금요일도 태권도 학원에서 불금파티에 간 아이를 밤 11시가 다 될 때까지 기다리느라 평소와는 달리 늦게까지 깨어 있었다. 물론 잠이 쏟아졌지만 평소 누리지 못하는 특별한 시간이었기에 잠자는 시간을 늦추면서까지 하고 싶었던 것이었기에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9시 전에 자던 습관 때문인지 이틀 간의 일탈행동은 컨디션 저하를 불러왔고 토요일 새벽에는 알람이 울려도 일어나지 못했다. 토요일 하루 종일 머리가 띵한 상태였지만 아내를 교육장까지 모셔다 드리고 픽업해 오는 막중한 임무가 있기에 컨디션을 회복하기 위해 산책도 하고 맑은 바닷바람을 쐬기도 했지만 일탈 행동에 대한 책임을 다 해야만 했다.


 그래서 아내를 차에서 기다리는 것 대신, 집에 와서 낮잠을 잤다. 아이 점심을 먹이고 식곤증으로 더욱 노곤해진 상태가 되니 잠이 쏟아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3시간 정도 낮잠을 자고 나니 몸이 조금 가벼워졌고 다시 아내를 픽업하기 위해 교육장으로 달려갔다. 평소와 다른 기다림의 시간을 보낸 것을 알리 없는 아내는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말하지만 나는 선 듯 대답할 수는 없었다.


 나는 평소 금요일 오후를 가장 기다린다. 거의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그렇겠지만 금요일 오후는 퇴근 시간을 기다리며 주말 동안 무엇을 할지 상상하며 보내기에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 아닐까 한다. 주말에 나들이를 하거나, 도서관에 가서 무슨 책을 읽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내가 금요일을 보내는 방법이다. 한 주 동안의 책 읽기와 글쓰기를 점검하면서 다음 주의 일정도 미리 생각해보기도 한다.


 아내도 그동안 밀린 드라마를 보거나, 최애 프로그램인 <나는 Solo> 재방을 보기도 하며 금요일을 즐기고, 아이는 태권도 학원에서 한 달에 한 번 하는 ‘불금파티’를 학수고대하는 마음으로 금요일을 보낸다. 지난주처럼 불금파티를 하는 날이면 누구보다 즐겁게 놀고, 맛있게 먹고, 신나게 춤추고 움직이는 것을 즐기는 것은 아이가 금요일을 보내는 방법이다. 그리고 주말 동안 만들기 할 것도 미리 준비하기도 한다.


 우리 가족은 각자의 방식대로 금요일을 보내고 있고, 각자의 취향대로 금요일을 즐기는 방법을 사용한다. 무엇이 옳고 틀리는 것이 아닌 말 그대로 각자의 취향대로 좋아하는 것을 하는 시간을 준비하는 것은 다가올 내일을 기다리는 각자의 경건함이라고 생각한다. 당분간 주말 나들이가 힘들기에 주말 동안 책 읽기와 글쓰기에 집중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이번 주 금요일을 맞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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