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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Oct 10. 2023

연휴를 즐기는 방법

집돌이의 정수

 호불호가 강한 사람으로 좋아하는 것만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심지어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이것 정말 해도 괜찮을까 의심을 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 것을 온전히 누린다는 것을 쉽지 않은 일이다.


사상 초유의 6일간의 추석 연휴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도 내가 할 일은 매일 했다. 책 읽기와 글쓰기를 밖에서도 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는 가족 모두가 내가 책 읽기와 글쓰기에 진심이라는 것을 알기에 나들이할 때도 카페에서 나만의 시간을 부여해주기도 한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보통 아내가 생각한 계획대로 나들이를 주로 하는데 나는 운전병의 역할에만 충실하면 된다. 편도 100km 정도의 거리는 고민하지 않고 출발하는 것은 주말 나들이의 코스를 선택하는 폭을 넓혀준다.


 이번 한글날 연휴에는 아내와 아이의 일정이 미리 정해져 있었고 나는 동참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집돌이에게 혼자만의 시간은 그냥 집에 있는 것이다. 연휴라고 해서 늦잠을 자며 일탈을 하는 것이 아니라 평일과 똑같은 일정을 보내며 하루를 만끽한다.


 다만 평일보다는 여유가 있고, 선택지가 넓다는 것이 연휴와 평일의 차이일 것이다. 회사에 출근하지 않으니 출퇴근 시간에 대한 여유가 있고, 낮 시간 동안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선택의 자유가 있다.



 평일이라면 두꺼운 두께가 주는 부담감 때문에 도전하기 어려운 700 페이지가 넘는 책을 벼루고 벼루다 3일 동안 여유롭게 읽었다. 병행독서의 묘미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하면서 다른 책과 함께 읽는 이 두꺼운 책은 100가지 동물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https://brunch.co.kr/@ilikebook/335


 인간의 말을 하지 못했기에 일방적인 피해자가 된 그들의 억울한 이야기는 인간의 만행을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탐험으로 포장하고 있던 인간의 세계사에 대한 일침을 날린다. 그리고 인간에게 경고를 하고 있다.


 자신이 사라지면 인간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인간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궁금하지만 최근 읽은 <꿀벌의 예언>의 내용을 떠올리면서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닌 구성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연휴는 평소 보고 싶었던 책을 읽고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일상이 멈춘 것과 같이 느껴지는 집에서 느끼는 여유는 마침 자주 가는 도서관도 휴관이라 별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는 나에게 집에서 온전한 휴식을 즐기게 한다.


 3일 동안 집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는 것은 비단 외출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다. 집에 있어도 샤워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평소 내가 가기 어려웠던 세상으로 갈 뿐이다. 두껍다는 이유로 어렵다는 이유로 접근조차 꺼려했던 책을 여유롭게 읽으면서 생각하는 시간은 나의 존재를 자유롭게 만들어 준다.


 매 끼니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물리지 않는 식성 덕분에 무엇을 먹어도 상관없다. 그냥 배고픔만 해결해 주는 정도에서 음식을 먹고 읽고 생각하며 글을 쓴다는 것을 즐길 뿐이다. 아직 전업작가는 아니자만 매일 이렇게 보내는 전업작가의 일상을 꿈꿔보기도 하지만 아직 필력이 없는 나에게는 그저 상상 속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저 읽고 생각하며 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나만의 방식으로 혼자 보낸 연휴 동안의 시간을 즐겼다. 누군가의 눈에는 부러움이, 또 다른 누군가의 눈에는 처량함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온전히 나의 취향이 반영된 나만의 시간이었다. 3일간의 연휴 동안 보낸 휴식이 나의 생각을 정화시켜 주었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나만의 루틴과 목표에 집중해야만 한다.


 이것이 나에게 주어진 시간에 대한 나의 의무이자, 어제 그토록 오늘이 오기만을 바랬던 사람들에 대한 예우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나만의 루틴과 시간을 즐긴다.

“ 매일 읽고 생각하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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