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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Oct 16. 2023

그럴 수 있어

인생을 대하는 자세

 일정 기간 동안 발생한 사건을 중심으로 나의 일대기를 알아가는 <인생 그래프>를 그린 적이 있었는데 내 기준에서 작성된 것이지만 참 굴곡이 많았다. 사실 굴곡 없는 인생을 산 사람도 없으며 만약 있다 하더라도 직선으로 나아가는 인생의 시간은 참 따분할 것만 같다.


 오랜 시간 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하면서 수많은 사연을 접수했고 낭독한 사연만 보면 만 여건이 넘을 것이다. 이런 사연들 속에 과연 직선과 같은 사연이 있었을까? 혹여 있었다 하더라도 낭독하는 사연으로 채택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런 엄청난 굴곡이 있는 사연들이 인생 속에 있는 이유는 인생이라는 것은 절대 자신이 계획한 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40대 중반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그토록 원했던 것은 내가 진정 원했던 순간이 아니라 그것에 대해 초연해졌을 때 선물처럼 내게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항상 웃을 일만 생기는 것이 아니고, 항상 울을 일만 생기는 것도 아닌 인생의 시간은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백지상태의 시나리오와 같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내가 의도한 것도 아니요, 내가 바라던 것도 아닐 것이다.


 인생의 흘러감에 대해 철저한 투쟁으로 나만의 특별한 인생을 살기 원하는 욕망이 나를 좌절하고 낙담하게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 모든 순간마저도 인생의 한 부분이요, 좌절과 낙담의 순간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는 자양분과 같은 역할을 했다는 것은 고통의 시간이 지나야 만 알 수 있다.


  누구나 자기 삶의 무게가 제일 무겁기에 내가 제일 힘들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세상 속에는 저마다의 이유와 사정으로  가장 힘들고 어두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각자의 사정, 각자의 사연이 주제가 되어 흘러나오는 사연을 들으면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것이 인생에 대한 동지애에서 나온 공감 때문이라 생각한다.


 인생은 찰나의 순간이라고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멈춘 시간처럼 느낄 수도 있는 것이 인생의 특징이다. 또 어떤 때는 일 년이 하루로 느낄 만큼 빨리 지나갈 때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라고 말한다.


 조용하고 고독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진정한 나를 만나서 나에게 묻고 답하며 내가 가진 중, 가장 빛나고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크기와 가치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귀하고 가치 있는 인생이기에 과정의 중요성을 더 생각해야 한다.


 인생의 시작에는 순서가 없지만 인생의 끝은 순서가 없기에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할 수 있는 인생의 태도가 앞으로 나에게 주어진 인생의 시간을 대하는 자세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은 멀리서 봐야 한다는 부모님의 조언이 점차 이해되는 나이에 이르게 되니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조심스러워질 뿐이다.


 인생을 멀리서 보는 자세를 가지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며,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을 반복하면 인생의 시간은 축척되어 마치 고대의 생물체가 검은 황금인 석유로 변하는 것처럼 시간과 압력을 견디어낸 시간도 내 인생 속 가장 빛나고 가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

- 찰리 채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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