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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Oct 25. 2023

나에게 관대하기

실수는 실수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남에게는 따뜻하고, 나 자신에게는 냉정하라"라는 광고의 문구를 본 후 나 스스로에게 칼 같은 잣대를 대고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을 기대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늘 실수하고 자책하기를 반복하면서도 완벽하기를 원했다.


사람이니까 실수를 할 수 있는데 실수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며칠 전 차를 마시면서 필사를 하다가 차를 업 질러 필사노트에 차가 쏟아진 적이 있었다. 나는 못 봤지만 아내가 말하기를 순간 내 표정이 너무 일그러졌다고 했다. 마치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처럼 표정이 너무 안 좋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트가 지저분해질 수도 있는 것인데 뭐 그렇게 완벽하려고 하냐며 진정하기를 권했다. 차를 쏟은 실수에 대한 냉정함보다는 필사노트를 훼손시켰다는 불쾌감이 더 컸기에 내 표정이 더 안 좋아졌을 것이다. 왜냐하면 필사노트는 내가 언제 어디나 항상 가지고 다닐 정도로 아끼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옆에서 아침을 먹던 아이도 속상해하지 말라고 위로를 전하며 자신이 말려주겠다고 한다. 당황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젖은 노트를 닦아내어 물기를 제거했다. 다행히도 두 장만 젖어서 잘 말리면 약간의 흔적만 남을 것 같았다. 거실에 있던 빨래 건조대를 이용해서 낱장이 겹치지 않게 말리면 잘 건조될 것 같았다.


 단 두 장만 젖었다는 안도감에 당황했던 표정은 회복되었고 아이 등원 준비를 도와주며 출근을 하였다. 출근하는 길에 운전을 하며 아침의 실수를 다시 떠올리며 내가 왜 그런 반응과 행동을 했는지 생각해 보았다. 나는 왜 완벽을 추구하고, 완벽함에서 어떤 만족감을 느끼는지 알고 싶었다.


 하루 종일 생각해 보니 퇴근할 무렵 나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생각났다. 바로 “에니어그램 성격 유형”이었다. 나는 9번, 평화주의자로 불화를 일으키거나 문제를 만드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나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1번 날개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완벽한 완벽함을 추구하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아버지는 1번으로 항상 기준을 준수하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분이기에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완벽함을 추구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몰랐지만 내 주변의 사람들과 나의 성격 때문에 완벽한 일상을 꿈꾸고 절대 실수하지 않기를 바랐다.


 아직 어린아이기에 실수할 수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실수가 눈에 보이고 실제 예상했던 실수가 일어나기도 했지만 나 또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나도 아이와 같이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기에 실수할 수 있고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나의 실수에 대해 강박스러울 정도로 과한 반응을 보여왔고 무의식적으로 완벽하고 싶어 했던 것이다.


 ‘완벽한 계획’은 없으며 ‘완벽한 인생’도 없다. 마찬가지로 ‘완벽한 글쓰기’도 없기에 퇴고의 과정이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무엇이 나를 완벽하기만을 원하도록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나는 완벽하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강박관념은 나를 옥죄고 나의 자유의지를 억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완벽하려는 강박에서 자유롭기로 했다.


 나이 들어 실수하는 것은 추해 보인다는 스스로의 기준을 버리고 실수할 수도 있지만 두 번 실수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완벽하지 않은 인간의 본능을 증명할 것이다. 그리고 실수를 통해 배우며 어떻게 하면 실수를 하지 않고, 실수할 확률을 줄일 수 있는지를 고민하며 실수가 나의 스승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글쓰기에서만 퇴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서도 퇴고를 하면서 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술술 읽히는 글이 되도록 만드는 인생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것이 글쓰기가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며 글쓰기를 통해 인생이 변했다는 말을 점점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오늘 나의 인생 퇴고가 무엇이 될지 무척 궁금해진다. 실수할 수 있고 실수하는 것이 당연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절대 실수하지 않은 신의 모습을 기대했던 나의 어리석음을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하면서 오늘 하루의 퇴고를 준비해 본다. 실수가 있는 평범한 하루가 기대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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