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고통을 만들지 않는 지혜
오늘 새벽에 일어나는데 머리가 너무 아팠다. 잠이 덜 깨서 그런가 보다 싶어 물 한 잔 마시고 앉아서 책을 보고 있으니 너무 아파서 집중하기 어려웠다. 잠시 눈을 감고 창문을 열어 공기를 환기시키며 쿠션에 기대어 휴식을 취하니 조금 진정되는 것 같더니 다시 책을 읽으니 머릿속에서 지진이 난 것처럼 두통이 심해졌다.
극심한 고통 때문에 하루의 시작이자 루틴인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보다 이런 몸 상태라도 출근을 해야 하는 직장인의 비애가 더 크게 느껴졌다. 출근을 해야 하기에 빈속에 두통약을 먹고 집을 나섰다. 한 시간 남짓한 출근길을 어떻게 운전했는지 기억이 아니 않을 정도로 두통이 심했다.
정말 심해지면 연차를 써야지 결심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약 기운으로 두통을 점점 느끼지 못했고 말을 하거나, 글을 보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예전에 나는 매일 편두통에 시달려서 타이레놀을 항상 가지고 다녔고, 가장 많이 먹은 날은 8개까지 먹어본 적이 있을 정도로 편두통은 나를 괴롭히는 고통이었다. 혹여 뇌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검사도 받아 보았지만 스트레스가 원인일지도 모른다는 원론적인 진단 결과를 받았을 뿐이다.
현미 식물식을 하고 나를 괴롭혔던 두통으로부터 자유로워졌지만 요즘 철저한 현미 식물식을 하지 않는 나에게 그동안의 자유로움에 대한 복수라도 하는 것처럼 다시 두통이 찾아왔다. 웬만한 통증은 약을 먹지 않고 버티려고 하지만 오늘처럼 머리가 울린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심한 두통은 약을 먹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다.
일상적인 생활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그저 누워만 있어야만 한다. 빈속에 약을 먹으면 안 되기에 약을 먹기 위해 먹는 밥마저도 밖으로 다시 배출할 때도 있는 두통은 정말 참기 어려운 고통이다. 두통의 원인은 어려 가지일 수 있지만 단 한 가지 원인이 아닌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서 나타나는 것 같다.
최근 며칠 동안 나를 괴롭히던 문제가 있었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만 계속 생각나는 것은 나로서도 어찌할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어제 그 문제를 글감으로 하여 글쓰기를 하니 신기하게도 다시 떠오르지 않았지만 그동안의 잔상들이 두통을 불러온 것으로 생각한다.
점심을 먹지 않고 공복을 유지하며 목 주변과 관자놀이를 셀프 마사지하면서 혈액 순환이 잘 되도록 하니 아침보다는 상태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 고통 없는 낙원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겠지만 나 스스로 의미 없는 고통을 만들어내는 무의식적인 행위를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은 그냥 그대로 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더 정확하게는 하지 않는 나의 심보는 무엇이란 말인가?? 나답게 살기로 정했다면 나답게 사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고 그 결과를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타인의 시선보다는 내면의 시선을 더 중시하고 내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며 내가 나갈 길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나의 인생길이다. 나의 방식대로 나의 기준대로 나의 인생을 살고 그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 나의 의무이자 권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