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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Nov 12. 2023

아기 판다 푸바오

종을 뛰어넘는 그들의 사랑

 국내에서 처음 태어난 아기 판다, 푸바오는 ‘용인푸씨’, ‘푸공주’ 등의 별명으로 불리며 유명 연예인보다 세간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유명한 존재이다. 내년에 푸바오를 중국으로 송환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국내에 있을 때 푸바오를 보기 위해서, 푸바오가 있는 에버랜드 판다 월드는 늘 인산인해를 이룬다.


 판다 푸바오, 정확하게는 자이언트 판다인 푸바오는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이름보다 푸바오 할아버지로 더 유명한 강철원 사육사님은 푸바오의 엄마 아이바오, 아빠 러바오를 중국 쓰촨성에 데리러 갔을 때 그곳에서 본 유채꽃을 해마다 봄이 오면 바오 패밀리를 위해 심고 고향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유채꽃이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고향을 떠나 타국에 있는 아이바오와 러바오에게는 고향을 떠올리게 만들어 주는 유일한 매개체일 수도 있다. 이 정도로 강철원 사육사님은 아이바오와 러바오의 아빠와 같은 존재임을 느낄 수 있다. 자기 자녀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줄 수 있는 여느 아빠처럼 아이바오와 러바오의 행복을 위해 그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국내 최초 자연 번식을 통해 태어난 푸바오는 몸무게 197g, 길이 16.5cm 아주 작은 몸짓에 불과했지만 할아버지 강철원 사육사님과 작은할아버지 송영관 사육사님의 철저한 관리를 통해 건강하게 자라서 벌써 4살 성체가 되었다. 그동안 푸바오의 성장 일기는 모두의 관심을 이끌었고 중국의 외교 정책으로 인해 내년에 중국으로 돌아가야 할 상황은 중국의 네티즌마저도 행복해 보이는 푸바오의 모습을 보면서 여기에서 살기를 바란다고 할 정도이다.


 최근 푸바오의 동생인 후이바오와 루이바오가 때어나 엄마와 두 명 할아버지의 관심을 빼앗긴 푸바오의 삐짐이 극대화되었다고 하지만 강철원 사육사님은 푸바오가 10살이 되는 20살이 되는 영원한 아기 판다라고 말한다. 서로 사랑하고 절대적인 존재가 되어가고 있지만 강철원 사육사님은 어쩌면 처음 푸바오를 만났을 때부터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판다로 만들어 주기 위해 물심양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 강철원, 송영관 사육사님 덕분에 푸바오는 이제 또 다른 아기 판다의 엄마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극도로 예민한 동물이다.


 얼마나 예민한 정도냐면 자이언트 판다의 가임기는 단 3일밖에 되지 않아서 아이바오의 대, 소변과 피검사를 통한 호르몬 검사로 최적의 합방 일을 찾아 푸바오의 탄생에 일조한 사육사와 수의사의 노력에 보답이라도 하는 듯 푸바오는 에버랜드의 최고 스타가 되었다.


 내년이면 중국으로 떠나야 하는 그를 보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판다 월드를 찾아오지만 푸바오는 한국이 아닌 고향, 중국 쓰촨성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예견된 이별을 알고 있는 할아버지, 작은할아버지와 이별을 모르고 있는 손녀 푸바오의 애틋한 사랑은 많은 이들의 눈물을 자아낼 정도로 애잔하다.  


 서로 대화할 수 없지만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아는 그들의 관계에서 푸바오는 할아버지를 만난 것이 최고의 행운이라 생각할 것이고, 할아버지는 푸바오에게 “너는 영원한 할아버지의 아기 판다”라고 꼭 전해주고 싶다는 말을 들을 때면 가슴 한편 이 아련해 온다.


https://youtu.be/cXOv-PxmrVg?si=p8DDvkbjokeF7yFL


 세바시 강연 막바지에 이 말을 하며 눈물을 보이는 강철원 사육사님을 보면서 종을 뛰어넘는 사랑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사랑을 받고 자란 푸바오가 중국으로 떠나기 전에 아이와 함께 꼭 푸바오를 보러 에버랜드에 갈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상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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