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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Nov 13. 2023

하루의 기적

하루를 보내는 습관의 산물

하루 24시간, 남녀노소, 부자나 빈자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지는 유한하며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는 최고의 재화이다. 아무리 부자라고 하더라도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시간이라는 재화는 누구에게나 공짜로 주어지기에 시간의 진정한 가치를 망각하는 경우가 참 많다. 나도 그런 부류 중 하나였고 하루를 어떻게 하면 지루하지 않게 보낼까를 많이 고민했었다.


 특히 올빼미형 인간이었던 나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힘들었다. 밤새는 것은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데, 새벽 기상은 정말 자신 없게 만드는 도전이었다. 군 복무 중에는 새벽에 일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었기에 가능했지만, 전역 후 스스로 새벽에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사람이 바뀌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새벽 기상에 대한 로망을 지워갔다.


 하루의 시작인 아침을 이렇게 보내니 늘 긴박하게 출근했고, 러시아워에 걸리면 지각할 때도 종종 있었기에 평소보다 10분 만이라도 일찍 일어나면 좋았겠지만 그 10분도 나에게는 정말 어려운 시간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내가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었던 이유는 늦게 잤기 때문인데 그때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몰았었다.


 죽으면 원 없이 자게 될 잠, 죽어서 자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루에 4시간 정도만 자도 충분하다는 착각 속에서 살았기에 나의 아침은 늘 고통스러웠고 힘들 수밖에 없었다. 뇌과학을 전혀 몰랐던 시절, ‘4당 5 락’이란 말을 철적같이 믿었던 내가 한심할 뿐이다. 지금은 적어도 하루 7시간 이상의 수면 시간을 반드시 지키며, 늦어도 9시 전에는 잠자리에 들려고 한다.  


 정말 피곤한 날에는 저녁을 일찍 먹고 8시 전에도 자는 날도 있는데 다음 날 새벽, 알람도 없이 일어나는 기적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런 습관은 점점 새벽에 일어나 활동하게 만들었고, 이 세상 아무도 존재하지 않다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고요하고 적막함은 지금까지 느껴본 적이 없는 최고의 집중력을 선물한다. 새벽에 일어나 책 읽기와 글쓰기 하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지금 이 순간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습관을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렵지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익숙한 속담처럼 한 번 만들어진 속담은 죽을 때까지 나와 함께 한다. 왜 이런 단순하고 명료한 진리를 알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보다는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라는 안도와 함께 평생의 습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새벽 4시 기상이다.  왜 4시에 기상하려고 하는지 딱히 정한 것은 아니지만 기상 후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6시 기상에서 점점 빨라져 4시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평생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는 것은 ‘수불석권(手不釋卷)‘이라는 삶의 자세이다.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라는 말인데 늘 주변에 책을 가까이하고, 틈나는 대로 책 읽기를 하려고 하는 태도이다. 세상의 모든 지식과 지혜가 있는 책을 읽고 그 지식과 지혜를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에서 책 읽기가 시작되었지만 단순히 지식과 지혜를 얻기 위함만은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생각과 문장을 훔치고, 그것을 토대로 나의 생각과 느낌을 정리하여 글쓰기를 하는 것도 책 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성장하고 성숙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강렬한 성장에 대한 욕망보다는 ’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인다 ‘는 말처럼 겸손하고 성숙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자아성찰의 수단으로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하고 있다.


 이는 하루를 치열하게 보낸 나에게 주는 선물이자 자기반성의 시간이며 동시에 치열했던 전투 중 몸과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고 치유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 말은 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라는 반성과 함께 다시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와 함께 어제보다 한 뼘 더 성장한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자, 내일의 두 뼘 더 성장한 내 모습을 기대하는 시간이다.


 기적을 요행으로 오해할 때가 있는데 세상의 진리는 참 단순하고 명료하다. ’ 100‘이란 숫자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 1‘이라는 숫자에서 시작해야 하며 ‘1’ 다음에는 ‘2’, ‘2’ 다음에는 ‘3’과 같이 하나씩 단계를 거쳐야만 최종적으로 ‘100’에 이를 수 있다.


 절대 단 한 번에 ’ 100‘에 이를 수 없으며 그것을 바라는 것을 요행이라고 한다. 요행은 하루의 기적이 아니라, 하루를 망치게 만드는 함정이다. 작은 것이 모여 큰 것을 이루듯 하루 24시간을 구성하는 86, 400초를 충실히 보낸 사람에게만 하루의 기적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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