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루틴

글루틴이란 리추얼

혼자, 그리고 함께 쓰는 글쓰기

by 조아

매월 말이 되면 의식적으로 챙기는 것이 있는데 바로 글루틴 참가 신청서 작성이다. 한 번은 이미 신청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또 신청하는 해프닝도 있을 정도로 나는 글루틴에 진심이었다.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나의 특이한 성격이 글루틴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나와 잘 맞는 것이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1기부터 5기까지 5개월이란 시간 동안, 기수당 20편 정도의 글쓰기를 해야 하니 대략 100개의 글쓰기를 하였다. 사실 100개보다는 조금 더 많이 쓰기는 했지만 글쓰기를 한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5개월 동안 매일 글쓰기를 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글 쓰는 루틴, 글루틴이 점점 내 안에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다른 사람이 나를 볼 때, 지루하고 따분해 보여도 나는 글쓰기의 매력에 빠져들어가서 주변의 시선보다는 내 안의 소리에 집중하게 만드는 글쓰기의 힘을 통해 일상에서 겪게 되는 사소한 일에 미동하지 않는 나 자신을 보면서 글루틴을 시작하기 전보다 지금은 마음의 근육이 더욱 커졌음을 안다.


마음 근육의 달련은 글쓰기가 선물한 것 중 하나일 뿐, 글쓰기를 통해 내 삶의 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며 일어나서 제일 먼저 침대를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하루의 과업이 다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나는 모든 것의 초점을 글쓰기에 두고 있다. 평범한 것을 비범한 것으로 바꿀 수 있는 작가의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내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주며 그것들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고, 나의 나 된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님을 스스로 고백하는 겸손함도 배우고 있다. 새벽 시간의 고요함과 적막함 속에서 태양이 떠오르는 자연현상을 보며 하루의 감사함을 느끼고, 매일 자동적으로 부여되는 86,400초의 시간을 단 한순간도 허투루 보낼 수 없기에 지금 이 순간을 누리며 더욱 최선을 다하는 삶의 자세도 글쓰기를 하면서 나타난 변화이다.


허황된 꿈이라고 생각했던 일도 매일 거울 속 나를 보며 스스로에게 말했던 것이 점점 현실이 되어 가는 것을 체험하고 있는 글쓰기의 일상은 왜 진작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주지만 지금 나는 정말 간절하다. 인생의 2 막을 준비하는 시기에 글쓰기를 통해 이전의 나에게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나로 거듭나고 싶다. 책 속에서 발견한 길을 걸어가면서 책이 주는 영감을 통해 나의 생각은 더욱 확장되며 더 많은 것을 포용할 수 있는 그릇이 되기를 원한다. 지식을 추구하며 지혜를 배움으로 진리 앞에 한없이 겸손한 사람이 되어 세상을 보다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곳으로 만들기 위한 영향력을 준비할 것이다. 브런치 작가라는 하나의 꿈이 이루어짐으로 나의 여정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것이다.


가끔 글루틴 기수가 가물가물할 정도로 130기까지 해야 할 여정 앞에서 기수는 중요한지 않게 되었다. 진정 내 목표는 죽는 순간까지 글쓰기를 하고 싶은 것이지만, 그 목표까지 가는 중간 단계로 10년 동안 글쓰기를 시작한 지 이제 5개월의 시간이 지났을 뿐이다. 5개월 동안 혼자 글쓰기를 하는 가운데, 혼자가 아닌 함께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글루틴 작가님의 지도와 편달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냥 글 쓰는 사람이 되도록 오늘도 내일도 거룩한 의식을 행하는 성직자처럼 나의 하루 속 의식은 시작되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글쓰기는 내 삶의 의식, 나만의 리추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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