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서 배우는 것
프로의 세계에서 일등이라는 것은 정말 중요한 가치이다. 한국 야구의 부흥을 위해 제작된 야구 예능 프로그램인 <최강 야구>에서도 야신 김성근 감독님께서도 “돈 받으면 프로”라고 하시며 책임감과 진정성을 강조하시기도 했다. 프로야구 선수의 연봉은 이런 가치에 의해 결정되며 최고의 선수일수록 어마어마한 금액의 돈을 받는다. 특히 실력과 인성, 여기에 스타성까지 겸비한 선수라면 최고의 대우를 받을 것이다.
야구를 좋아하고 LG트윈스를 어린이회원부터 지금까지 응원하고 사랑하는 나에게 올해 KBO 정규리그, 포스트시즌은 절대 잊을 수 없다. 1994년 이후 무려 29년 만에 통합 우승을 달성한 해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인기구단이기는 하지만 성적이 좋지 않은 팀, 한두 명의 스타플레이어만 있는 조직력이 약한 팀이란 오명을 없애 버린 시즌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작년에도 아쉽게 한국시리즈 직행의 기회를 놓친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성적이었기에 올해의 통합우승은 더 가치가 있다. 한국시리즈에서 힘 한 번 써보지도 못하고 스윕 패 당하며 눈물을 보였던 선수들이 코칭스태프와 함께 절치부심하며 이룬 성과이기 때문이다. 작년과 큰 차이는 없지만 굳이 차이를 찾는다면 감독 교체에 있다.
야구계에서 감독은 팀의 절대자이자 결정권자이다. 물론 단장이라는 더 높은 분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선수들을 이끄는 사람은 감독이다. 그리고 감독은 선수들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주며, 그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출전 선수 명단부터 대기전력까지 포함하는 로스터 명단 작성을 감독이 전권을 가지고 있으며 결정한다.
그리고 야구계에서는 ‘스타 출신 감독은 성공하지 못한다’라는 말도 있어서 권위 있고 영광스러운 자리이지만 성적에 대한 부담감으로 고사하는 경우도 많은 자리이다. 특히 올해 반드시 우승을 해야만 했던 LG트윈스의 감독 자리는 ‘독이 든 성배’라는 표현을 할 정도로 극강의 부담감이 있는 자리였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현 LG트윈스 감독님이신 염경엽 감독님은 리그 최저 타율 기록을 보유한 선수 출신이자 12년 전 LG트윈스 프런트 직원으로 함께 했던 이만수, 선동렬, 이승엽 등과 같이 야구계의 스타와는 거리가 먼 경력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넥센과 SK 감독을 하면서 예측 불가능한 작전을 수행하고 성공시키며 야구판의 제갈량이란 뜻의 ’ 염갈량‘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넥센과 SK 감독 시절에도 팀을 상위권에 올려놓으며 가을야구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항상 우승의 문턱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우승의 감격을 맛보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그 자신도 항상 우승에 목말라했던 것도 이런 연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승을 위해 부임한 LG트윈스 감독직을 수행하면서 29년 만에 팀을 통합우승으로 이끌고, 자신도 우승 팀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우승 후 염경엽 감독님의 인터뷰를 보면서 2014년 넥센 감독이었을 때 삼성 라이온즈와 우승을 다투던 한국 시리즈에서의 실패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보통 한국시리즈는 30명의 선수 출전 제한을 둔다. 각 포지션 별로 30명의 선수를 선발해야 한다는 말인데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염경엽 감독님의 요청으로 군 입대까지 미룬 이재원 선수가 탈락하는 등 여론의 입김이 있었지만 감독님은 뚝심 있게 자신의 전략대로 선수를 선발하였다.
특히 ‘투수는 14명을 선발한다 ‘라는 말을 하였는데 이는 2014년 한국시리즈에서 단 10명의 투수로 단기전에서 돌려 막기를 하다가 제대로 힘을 써보지도 못하고 아쉽게 패했던 실패의 경험에서 비롯된 숫자였다. ’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투수라는 포지션이 중요하며 다른 포지션과의 협업이 정말 중요한 스포츠이다.
선발투수부터 불펜, 마무리까지 투수를 확정하고 포지션 별 주전과 백업 선수까지 확보를 하여 상황별, 작전별 능력의 선수를 30인 로스터에 포함시켰다. 특히 한국시리즈라는 특별한 경험을 미래의 자원인 젊은 선수들에게까지 주기 위해 전략적으로 작성된 출전 선수 명단이었다.
아쉽게 첫 경기를 내주었지만, 7전 4선승의 한국시리즈 결정전에서 4-1의 우위를 정하며 우승을 확정하였다. 만약 2014년도에 염경엽 감독님께서 실패를 하지 않았더라면 투수 중심의 로스터 작성과 경기 운영을 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든다. 실패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실패를 통해 배우고 실패를 발판 삼아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나도 수많은 실패를 경험한 자칭 실패 전문가이지만 염경엽 감독님처럼 실패에서 배우고 성장하지 못했다. 실패를 부끄러워했고, ‘왜 실패했는지’ 분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집중하고 있는 글쓰기에서도 헤밍웨이가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라고 말한 것처럼 실패의 글쓰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실패를 하면서도 퇴고를 하며 점점 성공에 가까운 글쓰기를 하면서 나의 글쓰기 수준도 점점 좋아지고, ‘질의 글쓰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매일 실패를 경험한다. 단순히 실패를 경험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실패를 통해 배우며 실패를 발판 삼아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성장의 기쁨을 누리는 중이다. 좌절감과 슬럼프를 느낄 때도 있겠지만 그것 또한 과정의 일부이자 ‘이 또한 지나가리라’하는 심정으로 글쓰기를 지속할 것이다. 왜냐하면 글쓰기는 성장의 기쁨이자 즐거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