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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Nov 19. 2023

한 걸음을 걸어도 나답게

나만의 가치를 만들어 주는 연습

한때 인터넷 갤러리에서 노력의 흔적이라는 주제로 돌았던 사진 중에 발레리나 강수진 님의 발이 있었는데 우아하고 화려한 발레리나의 모습과는 달리 뼈가 어긋날 정도로 못생긴 발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로 착각할 정도로 아름다운 발레리나의 발이라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못생긴 발이었기에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관객의 입장에서 화려한 발레 동작은 더의 대부분 중력을 거스르는 행동이기에 발에 무리를 줄 정도로 관절에 통증을 유발한다. 발레리나의 필수품이라고 하는 ‘토슈즈’만 보더라도 엄지발가락만으로 일어서는 동작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에 하루 수천 번 이 동작을 반복하는 발레리나의 발이 온전할 리는 만무하다.

 특히 강수진 님의 경우에는 한 시즌에 몇 백 켤레의 토슈즈를 교체하니 발이 땀에 절어 있고, 물집이 생기며 발톱이 빠지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항상 새벽 4시에 일어나 미리 연습을 해서 집을 나서기 전부터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로 출근하는 그녀에게는 이런 통증쯤은 당연한 일이라고 여겼다.


 고통 없는 성공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이런 고통이 그녀의 발을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발로 만들었지만, 이 고통을 이겨냈기에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고 성공한 발레리나가 되었다. 그녀의 성공 비결은 내일을 믿지 않고 최선을 다해 오늘의 땀을 흘리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이 세상 누구보다 지독한 연습벌레이다. 모나코 왕립 발레단 유학시절부터 통금시간이 있었지만 취침시간 몰래 일어나 달빛을 맞으며 어둠 속에서 2년 넘도록 홀로 연습하며 실력을 키웠고, 은퇴하기 전까지 매일 집에서 연습한 후 극장에 출근했다는 것만 보더라도 그녀를 만들 것은 9할 이상이 연습이었다.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 <일만 시간의 법칙>에서 한 분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강수진 님이 발레 연습을 한 시간을 대략적으로 계산해 보면 무려 20만 시간이 훌쩍 넘어간다. 일만 시간도 어려운데 그보다 20배가 넘는 시간을 연습했기에 성공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녀가 성공하기 위해 연습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발레를 즐기고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이해하며, 이런 자신을 보기 위해 극장에 찾아주시는 관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연습하고 또 연습한 결과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되고 자연스럽게 성공의 반열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녀의 연습은 성공에 이르게 하는 지름길이었지만 성공만을 위한 길은 아니었다. 그녀에게 있어 발레는 끝없는 인생 공부였으며, 그녀가 출연한 발레 공연에는 그녀의 인생이 담겨 있었다. 특히 동양인 중에서도 당시 한국을 잘 알지 못하는 서양인 속에서 당당히 주연을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인 실력을 만들어 준 것은 완벽해질 때까지 오직 연습에 연습을 더하는 것뿐이었다.


 발레 공연은 대사 없이 오직 표정과 동작만으로 감정을 전달하기에 섬세한 표현을 하기 위해서는 오직 연습밖에 없다는 것을 느낀 그녀는 연습벌레의 삶을 살았고 그 결과 멀리서 손동작만 보아도 강수진임을 알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녀는 모든 동작에 자신의 이야기와 감정을 담도록 연습에 연습을 했던 것이다.

  

 군 복무 중 수없이 들었던 “훈련 중 흘린 땀 한 방울이 전쟁 중 피 한 방울을 대신한다”라는 말처럼 실전을 방불하게 하는 훈련은 나의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발레리나 강수진은 연습으로 자신만의 특별함과 가치를 만들어 왔기에 나도 매일 반복되는 꾸준함 속에서 나만의 특별함과 가치를 만들 것이다.


 글쓰기는 오직 글쓰기로 배울 수 있기에 매일 글쓰기를 하면서 퇴고하고 또 퇴고하며 독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글쓰기를 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연습이라 생각한다. 오늘도 변함없이 글쓰기를 하는 나를 통해서 어제보다 한 뼘 더 성장하는 나와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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