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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Nov 22. 2023

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

읽고 쓰며 생각하는 힘

육아에 많은 부분을 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아이와 단둘이 시간을 보낼 때면 우리 아이는 내가 알고 있는 다른 또래 아이들보다 말을 잘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한글을 쓰는 것은 서툴지만, 국어국문학 전공의 엄마한테 맞춤법의 원리를 트레이닝받아서 일취월장 좋아지고 있다. 어떤 때는 내가 글쓰기 하고 있으면 내 옆에 와서 맞춤법이 틀린 부분을 지적해 줄 정도이다.


 아이가 어릴 적 영상 콘텐츠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핑크퐁>이라는 콘텐츠를 자주 보여주었다. 스마트스터디라는 회사의 철학도 마음에 들었고, 전래동화 등 좋은 콘텐츠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내는 극구 반대를 했다. 아이 교육에 좋지 않다고 하며 시간이 날 때마다 책 읽어 주는 것을 더 선호했다.


 이런 아내의 교육 방침도 한계가 있었는데 육아가 처음인 우리 부부에게 외출해서 외식을 하려고 한다면 아이 손에 스마트폰을 쥐여주는 게 조금이라도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직 성장 중인 아이에게 교육적으로 양질의 콘텐츠라 할지라도 화면이 수시로 바뀌는 자극적인 영상 콘텐츠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내가 조금이라도 편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믿었다.


 내가 편하자고 아이를 스마트폰에만 맡겨 놓는 방법은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기에 어쩔 수 없을 때만 아이에게 최소의 시간만 허락하기로 했다. 특히 장거리 이동 중에도 아이에게 절대 스마트폰을 주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은 번번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가급적이면 끝말잇기 게임이나 이야기를 하며 이동하려고 한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아이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며 낭독의 방법을 이용해서 자신이 어떤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을 나에게 알려준다. 아이가 낭독을 선호하게 된 배경은 자기 전에 동화책을 읽어 주는 습관 때문에 생겼다고 믿는다. 그래서 아내는 매일 저녁 책을 읽어주고, 나는 주로 주말을 이용해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 준다.


 외국어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이 들어야 한다"라는 조언이 정말 맞는 이유는 아이가 말을 처음 배울 때와 상황이 같기 때문이다. 프랑스어를 전혀 모르는 나는 프랑스에 방금 태어난 아이와 같은 수준이기에 프랑스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엄마가 아이에게 알아듣지도 못하는 프랑스어를 쉬지 않고 하는 것처럼 수많은 단어와 문장을 들어야 한다.


 많이 듣게 되면 뇌 속의 거울뉴런을 통해 그것을 모방하기 시작하며, 들음을 통해 말할 수 있다. 우리 아이가 말을 잘하는 이유도 이와 같은데, 말을 하기 전부터 수도 없이 엄마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집에서 발언권을 얻어야 할 정도로 아내보다 더 많이 말하기 위해서 엄마와 경쟁한다.


 취학 전부터 한글을 배우면서 말하는 것과 쓰는 것의 차이에서 혼동을 느끼기도 했지만 한글 창제의 원리부터 교육받은 아이는 한글을 일찍 쓸 수 있었다. 말하고 싶은 욕구가 더 강해서 말하는 것처럼 빠르게 쓸 수 없어서 힘들어하기는 했지만 이제 자신의 의사를 메모지에 써서 나에게 전해주고, 생일 편지도 직접 쓸 만큼 쓰는 것에도 자신이 붙은 상태이다.


 아이가 말을 하고 글을 쓰게 되는 과정을 지켜보았기에 요즘 MZ 세대의 문해력 저하에 대한 염려 속에서 문해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읽고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최첨단 과학기술이 지배하는 지금, 종이책은 과거의 유물과 같은 대접을 받기도 하지만 문해력을 키우기 위한 아날로그적인 방법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나 역시 책 읽기와 글쓰기를 통해서 문해력이 좋아지고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해력을 위해서 시대적 변화를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이어령 박사님의 저서 <디지로그>와 같이 디지털 환경 속의 아날로그적 읽기와 쓰기의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종이가 아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화면 위에 글자와 기록하는 것이 디지로그의 환경이다.


 전자책을 읽다 보면 종이책과 다른 특유의 편리함이 있지만 책 읽기는 종이 책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가급적이면 종이책으로 책을 읽으려고 한다. 하지만 출장이나 여행을 갈 때면 부피를 많이 차지해 짐을 무겁게 하는 종이책보다는 태블릿 PC를 이용해 전자책을 보는 것이 더 좋다.


 따라서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하여 디지로그 생활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집에서는 종이책을, 밖에서는 전자책을 읽으며 때론 다이어리에 생각을 적고, 갑자기 생각한 아이디어는 스마트폰 메모 앱에 기록하는 선택적 디지로그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준 것이 바로 인간의 언어이며, 인간의 글자이다. 인간의 언어와 글자 속에는 인간 특유의 생각과 생활 방식이 녹아 있다. 시대의 진보라는 이름 아래 읽고 쓸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 영상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지만, 애석하게도 영상 콘텐츠는 인간에게서 생각의 힘과 읽고 쓰는 능력을 빼앗아간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생각하는 힘과 읽고 쓰는 능력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 이것이 자연계에서 인간을 지금의 독보적인 존재로 만들어준 비결이기 때문이다. 미래 사회에 더욱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생각하는 힘과 읽고 쓰는 능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이유도 생존과 관련되어 있기에 시대 환경에 맞는 리터러시를 이해하고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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