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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Nov 26. 2023

친구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존재

정확히 내 인생의 반세기 전, 나는 거침없이 뜨거운 사람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아닌 것을 절대 아닌 것이었고, 절대 타협이라는 것을 몰랐던 독불장군의 시절이었다. 세상이 온통 내 것이라고 생각하던 지혜 없이 어리석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젊음을 벼슬로 알고, 젊기에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과욕만으로 타인에게 상처 주고 오직 내 성공만을 위해 앞만 보며 달렸고, 깊이 있는 배움보다는 속성으로 빠르게 취득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무늬만 배움으로 채우려고 했었다.


 사실 나는 또래집단에 대해 크게 영향을 받는 사람이 아니다. 아내의 경우에는 친구도 많고 교류하는 선후배도 많아서 모임이 많지만, 나는 딱히 참석하는 모임이 없다. 글루틴을 하면서 다양한 인생을 살고 계시는 작가님을 만나게 되었지만 그전까지는 다른 사람의 인생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낯을 많이 가리기도 하지만 타인에게 의도적으로 친절하지 않는 태도도 나에게 다가오기 어렵게 만들었다.


 지금의 내가 보기에도 참 다가가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때는 더 다가가기 어려웠지만, 새로운 환경이 만들어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새로 사귀게 된 친구들이 많았다. 대학교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과 선후배들도 알게 되었지만 동기들을 만나면서 내 인간관계는 급속도로 넓어졌다.


 그중 같은 단대 소속으로 구수한 사투리와 나와 비슷한 외모 덕분에 금방 친해질 수 있었던 친구를 이번 주 오랜만에  만났다. 한 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 군사훈련을 받으며 서로 부둥켜안고 땀방울을 나누었던 사이이다. 서로 태어난 곳도 자라온 환경도 전공도 달랐지만, 동기란 이름 아래 형제보다 더 각별하게 지냈다.


 졸업과 취업의 문제로 고민하면 격동의 대학교 3,4 학년을 같이 지내면서 나의 실수와 오만, 영광의 순간들을 모두 보았던 친구이기에 격이 없이 지냈고, 친구가 치료를 하기 위해 휴학을 하면서 잠시 연락을 못 했지만 다시 복학하면서 만남을 이어갔다.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하며 서로의 미래를 걱정하던 시간은 금세 지나가고 각자의 길로 나아갔다.


 대학 졸업 후 간간이 연락을 하며 지냈지만, 친구는 건강이 안 좋아져서 병원 신세를 졌고 나도 입사 후 서울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자주 보지 못했다.  뜸하게 연락하고 지내다 내가 다시 부산으로 발령 나고, 교육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 속에서 친구의 도움을 받게 되면서 다시 급격하게 만나는 횟수가 늘어났다.


 이 친구는 무엇인가 꿈꾸는 것이 있으면 거침없이 실천하는 사람이었는데 졸업 후 전공을 살려 취업해서 만 10년을 근무하고는 퇴사를 했다. 그리고 평소 너무나 좋아하던 자전거를 타고 유럽 여행에 도전하였다. 대학생 때부터 유럽 배낭여행을 꿈꾸기만 했지 감히 도전하지 못했던 것을 친구는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겼다.


 친구의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유럽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유럽 여행을 동경하기 시작했고 결국엔 가족들과 유럽 여행을 가면서 그 꿈을 이뤘다. 또래집단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내가 유독 이 친구를 만날 때면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이 친구는 나로 하여금 꿈꾸게 하고 나도 그 꿈을 현실로 이루도록 자극하는 존재였다.


 이제는 40대의 아이 아빠가 되어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지만 아직도 그 시절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는 한다. 그때마다 눈이 초롱초롱 빛나며 얼굴에 해맑은 미소를 짓는 친구를 보며 나도 덩달아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새로운 꿈은 바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것이다. 아직 아무런 계획도 준비도 하지 않았지만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왠지 멀지 않은 미래에 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동경만 하던 것을 현실로 만드는 것에 영향을 주는 친구 덕분에 나는 항상 새로운 꿈을 꾸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친구 잘 만나, 항상 꿈에 꾸던 몽상가에서 행동으로 옮기는 행동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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