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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Nov 28. 2023

감정은 사라져도 결과는 남는다

무엇을 남길지 고민하는 하루

나는 아이를 혼내고 나면 그날은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다. 그래서 별일 아니면 아이를 혼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이것이 나를 위한 일인지, 아이를 위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아이가 잘못해도 한동안 일부러 혼내지 않았다.


 잘못하면 혼나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내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자 아이는 내 눈치를 보더니 잘못을 해도 이제는 거침없이 질주한다. 내가 무엇이든 이해해 주는 아빠라고 오해하는 것 같았지만 그냥 웃고 넘긴 이유는 나도 아이도 감정적으로 힘들어지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나는 감정적인 사람은 아니기에 감정의 소용돌이가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나도 인간이기에 감정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감정은 점점 그 색채를 잃어간다. 아무리 고통스러운 감정의 상처도 시간이 지나면 아물게 마련이다.


 하지만 감정은 사라져도 그 감정으로 인한 상처의 흔적은 남는다. 이 흔적이 영광의 흔적이 될 수도, 숨기고 싶은 흔적이 될 수도 있겠지만 흔적이 남았다는 결과는 결코 바꿀 수 없다.  내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상처를 준 감정은 사라지고 그 상처의 흔적은 남는다.


 그래서 나는 남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견딜 수 없는 감정의 동요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마음속으로 외치며 견딜 수 있는 마음의 단단한 근육을 만들고, 돌멩이 하나가 들어와도 물결이 생기지 않는 거대한 호수처럼 마음 그릇의 크기를 키운다면 감정의 상처도 쉽게 지워지는 스크래치가 될 뿐이다.


 하지만 마음의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고 큰 그릇을 만드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부단한 노력과 수행의 자세로 무엇을 남길지 고민해야 한다. 나를 잠시 스쳐가는 것이 아닌 오랜 기간 나에게 남아 있을 것에 분별하고 그것에 집중하고 한다.  그리고 아이를 혼내지 않고 아이 스스로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알게 하고 싶었다.


 지난 주말 친목 모임을 했을 때 일이다. 식사를 한 후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이들끼리 스마트폰을 보며 따로 놀고 있었다. 아이도 내심 내 스마트폰을  받아서 동참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일부러 주지 않았다. 요즘 들어 스마트폰이 생각하는 힘을 잃어 만드는 주범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이다.


 평소 나의 주된 스마트폰 사용법은 블로그, 브런치스토리에 집중되어 있고, 전자책을 보는 용도의 태블릿 PC는 늘 휴대하고 다닌다. 하지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는 내 생산성의 도구일 뿐, 더 이상 내 생각하는 힘을 잠식하지 않는다.


 물론 나도 유튜브 영상과 SNS를 하며 시간을 보낼 때도 있다. 하지만 이 시간도 책 읽기와 글쓰기의 흔적을 공유하는 것으로 이제 영상 콘텐츠에 맹목적인 시청은 거의 하지 않는다. 이런 선택을 하기까지 매일 결심하고 후회하는 악순환을 지속해 왔지만, 글쓰기에 집중하니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멀리하게 되었다.


 선택의 우선순위가 바뀐 것이다. 특히 일 년 365권의 책 읽기와 글쓰기에 도전하면서 책 읽을 시간도 없는데 영상을 볼 시간은 더더욱 없을 수밖에 없었다. 간혹 기분전환이라는 명분으로 영상 콘텐츠를 시청해서, 무거운 마음에 집중하던 것이 분산되기도 했지만 영상 콘텐츠를 시청하고 난 후 남는 것은 없었다.


 그래서 무엇인가는 남기는 행위에 집중하려고 했고 매일 지속되는 책 읽기와 글쓰기는  나에게 엄청난 것을 만들어 준다. 하나씩 쌓이는 글쓰기 콘텐츠를 보면서, 매일 글쓰기 연습을 한 고뇌의 흔적이 남고, 이런 흔적이 쌓이고 쌓여 나는 한 뼘씩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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