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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Dec 06. 2023

세차를 하지 못하는 이유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기

기온이 내려가고 비가 오지 않는 겨울철에는 세차하는 것이 참 힘든데 내 차는 흰색이라 금방 더러워져서 세차를 자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일주일에 3번 정도는 스프레이와 걸레를 이용해서 간단하게 세차하는 시늉이라도 한다. 공교롭게도 우리 집 모든 차가 흰색이라 내 차를 세차할 때면 모두 같이 해야 하는 상황도 겨울철 세차에 신경 쓰게 만든다.


 얼마 전 눈이 내린 날, 아이는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한다는 표정으로 눈 내린 내 차에 낙서를 하였다. 눈이 자주 오지 않는 이곳에서 눈 쌓인 차 위에 낙서하는 것이 오랜 소원이었던 아이는 너무나 해맑은 표정으로 신나게 낙서를 했다. 그동안 참아왔던 욕구를 표출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동심의 세계가 저런 모습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삿포로를 여행하기 전, 세상에서 눈을 가장 극험했던 나였기에 눈을 보기만 하면 치워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했고, 눈 내리는 날은 눈을 치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했기에 눈 오는 날은 피곤하고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이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눈에 대한 내 생각과 태도는 바뀌었지만, 눈이 오면 항상 조심하고 평소보다 출근을 서둘러야 한다. 그래서 오랜 시간 동안 눈 내리는 날은 나에게 피곤하고 정신없는 기분을 주었다.


 눈이 오거나 비가 내리면 완벽하지는 않아도 세차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따뜻한 남쪽 지방인 내가 사는 곳은 눈은 거의 내리지 않고, 올해 겨울철 강수량은 역대 최저를 기록할 만큼 겨울 가뭄을 일으키고 있다. 그래서 자연이 주는 세차의 혜택도 누리지 못하고 있고, 이런저런 핑계로 세차를 하지 못해서 먼지가 쌓여 있었다. 어느 날 출근을 하려고 트렁크를 여는데 “사랑해요”라는 아이의 낙서를 보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잠시 행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말이든 표정이든 무엇으로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는 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간혹 내 방 메모지에 필요한 것이나 하고 싶은 놀이를 쓰기도 하고 나에게 혼났을 때 죄송하단 말을 적어놓기도 한다. 아직 글을 배우는 시기라서 맞춤법이나 문맥의 흐름에 벗어나는 것을 쓰기도 하지만 글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아이가 나에게 보답을 할 필요는 없지만 이런 아이의 표현은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이런 낙서를 보고도 지우려는 생각이 든다면 아이의 표현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감정이 메말랐다고 생각한다. 조금 지저분해 보여도 아이에게 고백받은 기쁨은 온 세상에 자랑하고 싶은 심정으로 당분간 세차를 하지 않을 생각이다.


 아무리 좋은 감정과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떤 형태라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앞으로 더욱 글쓰기를 통해 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할 것이며, 감정적으로 격양된 말과 행동을 자제하고 진심을 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더 연습할 것이다. 나의 욱하는 성격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는 없겠지만, 매일의 글쓰기로 단련된다면 유순하고 부드러운 성품으로 바뀔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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