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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Dec 10. 2023

인생은 순간이다

평생 성장해야 하는 이유

 29년 만의 LG트윈스가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차지하며 올해의 야구 일정도 마무리가 되었지만, 각 구단은 스토브리그로 내년 시즌을 위한 전력 보강에 한창이다. 보강이 있으면 방출도 있는 것이 프로의 세계이기에 전성기를 보내며 팬들의 사랑을 받아 정들었던 구단을 떠나 자신을 받아줄 새 구단을 찾거나, 은퇴를 하는 선수들도 있어 변화가 많은 시기이다.


 올해 2차 드래프트에서 23년간 한 구단에서만 선수 생활을 한 원 클럽맨이 현역 연장과 은퇴를 고민하는 와중에 구단으로부터 은퇴를 강요받았다는 소문이 나는 등 어수선한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있지만 말없이 그라운드를 떠나는 선수들도 많다. 그래도 일단 1군 프로 무대를 경험한 선수는 그나마 형편이 좋지만, 계속 2군에서만 있다가 방출되는 선수는 야구에 대한 미련과 엄청난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이들에게는 고액의 FA 계약을 하는 뉴스를 보며 상대적 박탈감과 자신이 좋아하고 야구만 했던 자신이 야구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큰 상실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야구 선수에게는 야구가 전부일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해온 야구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상상하지도 못했을지도 모른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1등만이 기억되는 세상이기에 1등이 아니면 처절하게 잊혀 간다. 하지만 이런 프로 세계관에 반기를 드는 사건이 생겼는데 바로 <최강 야구 몬스터즈>라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은퇴한 프로야구 선수들이 팀을 만들어 고등학교, 대학교 야구부와 대결을 펼치며 7할의 승률을 유지하지 못하면 프로그램 폐지라는 초강수를 둔 무늬만 예능인 생존 프로그램이다.


 이름만 들어도 한때 프로 야구판을 주름잡았던 선수들이라 고등학생 정도야 가뿐하게 이길 것이라는 착각이 통하지 않는, 승패의 살얼음판 위에서 오직 승리를 위해 반응속도가 전성기와 다른 상태이지만 온몸을 던져가며 팀을 위해 흙먼지투성이가 된 그들의 유니폼만 보아도 얼마나 야구에 진심인지를 알 수 있다.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겠지만, 개인적으로 사회인 야구를 해본 경험에 의하면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전부가 아닌 스포츠가 야구이다. 경기 시작 전 각 포지션별로 수비 훈련을 하고 팀플레이를 맞추며, 바로 타석에서 배트를 잡고 공격 훈련을 한다. 평일에는 야구 연습장에서 T 배팅볼, 토스배팅 훈련을 해야지만, 실제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스포츠가 야구이기에 좋은 경기를 위해서는 평소에 굵은 땀을 흘려야 한다.


 ‘엘리트 코스’라고 해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야구를 한 선수의 경우는 내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의 훈련을 했기에 프로야구 레전드 선수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경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프로 야구선수는 이런 엘리트 코스를 밟은 선수들이 상상할 수도 없는 양의 훈련을 했고, 그 훈련을 통해 기량이 성장하여 최고의 성적을 내, 고액 연봉자가 되었다. 그래서 ‘돈 받으면 프로’라는 말에 공감할 수 있다.


 프로의 세계로부터 방출당한 선수를 ‘지옥의 펑고’라는 엄청남 훈련량으로 다시 프로의 선택을 받게 하는 것으로 유명한 김성근 감독님은 <최강 야구 몬스터즈>의 2대 감독이다. 처음에 섭외가 들어왔을 때 동네 야구하는 예능으로 알고 거절하셨다가, 선수들의 진지한 모습을 보시고 감독직을 수락하셨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한때 SK 왕조를 구축하며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3년의 우승을 이끌어낸 야구의 신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는 감독님은 기본에 충실하게 만드는 훈련으로 유명하다. 무늬만 프로 야구선수가 아닌 모든 면에서 프로가 되기를 가르치시며, 항상 기본을 강조하고 실력 이전에 인성이 먼저라고 하신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진 선수라도 팀에 피해를 주는 선수는 절대 기용하지 않는다.


 야신 김성근 감독님은 1대 감독인 이승엽 감독처럼 선수 시설 스타플레이어 출신이 아니다. 선수 때는 아무도 감독님을 주목하지 않았지만, 항상 개인 훈련을 하며 준비하고 기본에 충실하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전급으로 기용되지도 못했고 부상으로 일찍 은퇴를 한 후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지도자가 된 후에도 변함없이 성실하게 기본에 충실했지만 매년 경질되고 팀에서 쫓겨나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태평양 돌핀스와 쌍방울 레이더스의 감독 시절 약체인 팀을 이끌며 당시 고액 연봉자가 많았던 절대 강자, 해태 타이거스와 대등한 수준의 경기를 펼치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다양한 팀에서 코치와 감독으로 경험을 쌓으며, 기록하고 공부하여 선수들을 포용하고 이끌어 줄 수 있는 리더로 성장했다.


 선수들의 세세한 부분까지 보는 감독님은 잠자리 눈이라는 별명을 가장 좋아하는 것처럼 경기 중뿐만 아니라 경기 밖에서 일어나는 일까지 안 보는 것 같지만 모든 것을 보는 관심이 있다. 관심이 있기에 애정이 있는 것으로, 자신이 데리고 있던 선수들의 미래까지 걱정하시며 어떡해서든 선수의 잠재력을 이끌어내 만개할 수 있도록 하셨다.


 혹사 논란에서도 감독님은 침묵하셨지만 오히려 혼사 논란의 당사자인 선수들이 자신을 믿어주고 기용해 준 김성근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선수의 장단점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적재적소에 활용하기 위해 늘 기회를 주며, 선수들이 그 기회를 잘 살리도록 구상했다. 그리고 무조건 경기의 공은 선수에게 책임은 자신이 지며 선수를 아끼고 사랑했던 참된 야구계의 어른이다.


 김성근 감독님의 사인은 “일구이무(一球二無)“인데, 공 하나에 다음은 없다는 뜻이다. 다음을 생각하기보다 지금 던지는 공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감독님의 철학이 담긴 사인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독립구단 원더스의 감독, 고령의 나이에도 일본 프로야구의 인스트럭터와 코치를 역임하며 현장에서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고 야구를 공부하시는 감독님을 보면서 나도 평생 공부하고 배워서, 다른 이들의 성장을 돕는 코치의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이 든다.


 나도 무릎 부상으로 좋아하는 야구를 직접 할 수는 없지만, 변함없이 좋아하는 야구를 즐기며 야구처럼 좋아하는 책을 통해서 평생의 배움을 지속할 것이다. 세상의 모든 지식과 지혜가 있는 책을 읽고 책 속의 내용을 삶에 적용하여 실천함으로 책과 같은 인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나도 언젠가는 야신 김성근 감독님처럼 책신의 경지에 이르게 될 것이다. 감독님처럼 겸손한 성숙을 통해서 타인의 성장을 이끌어 주는 참된 어른이 되고 싶다.


#김성근감독님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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