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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Dec 11. 2023

희망의 이유

인간의 번영을 위한 행동

번식기간이 3일밖에 안 되는 자이언트 판다가 우리나라 최초로 자연 번식에 성공하여 태어난 푸바오는 온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용인 푸씨, 푸공주, 뚠뚠이‘ 등 수많은 별명처럼 인기 스타가 되었다. 이제 곧 중국으로 돌아가 새로운 인생을 살아야 하는 푸바오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다행히도 푸바오를 후원하려는 기업들이 줄 서 있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푸바오와는 반대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는 좁은 우리 안에 갇혀 있는 원숭이, 오랑우탄과 같은 아기 유인원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 작은 생명체가 엄마의 품을 떠나 인간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현실이다. 반려동물로 삼기 위해 팔려가면 다행이겠지만, 대부분 요리의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구매가 일어난다는 슬픈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인간이 먹을 것이 없어서 작은 유인원을 먹는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더 분노하게 만들지만, 인간은 자신의 지위를 다른 종의 동물을 소유하고 지배하는 것에 있다고 오랜 시간 착각하며 살아왔다. 동물원에 있는 수많은 동물들은 제각기 살아온 환경이 다르지만 인간의 관람을 위해 작은 우리에 갇혀 정형행동을 하는 등 고통받고 있다.


 그들이 살아갈 곳은 좁디좁은 우리가 아닌 드넓은 세렝게티 초원일 수도 있고, 이름 모를 나무가 울창하게 있는 정글일 수도 있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은 그나마 처지가 좋은 편인데 고급 커피의 재료인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을 얻기 위해 아파트형 우리 속에서 인간이 주는 열매를 먹으며 마르지 않는 인간의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비정상적인 배설물을 만들어 낸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스트레스받으며 만들어낸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이 과연 건강하고 깊은 맛을 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 누구도 답을 할 수 없겠지만, 이 질문의 대답과는 상관없이 지금도 사향고양이의 배설물로 만든 커피는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다는 말을 부정할 수 없기에 불필요한 수요는 인간 스스로 자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을 걸어보지만 이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다.


 자신의 일생을 탄자니아에서 침팬지 연구를 위해 바친 제인 구달 박사님은 숲 속에서 직접 그들과 함께하며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가며 알게 된 침팬지의 살아가는 방법은 그들을 이해하고 보호하는 정보가 되었고, 세상을 향해 더 이상 침팬지를 불법적으로 사냥하거나 판매하는 일이 없도록 외치고 있다. 그녀의 노력과 헌신으로 인간과 유전자가 98% 이상 비슷한 침팬지에 대한 무지를 이해로 바꿔 놓았다.


 그녀는 단순히 침팬지를 보호하는 것만이 아니라 침팬지가 살 수 있는 서식지,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나무와 땅, 그리고 그들의 먹이까지도 침팬지를 위한 보호 대상이라고 강조한다. 인간의 방식이 아닌, 침팬지의 방식으로 그들의 취향에 적합한 방법이 최고의 보호이자, 진정 침팬지를 위하는 보호라고 말한다.


 인간의 눈으로 보기에 미개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동족 공격과 동족 식육의 습성이 있는 침팬지라 할지라도 비난하거나 경멸의 시선으로 볼 필요는 없는 이유도, 원시 인류도 그들과 비슷한 방법으로 살았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인간 세상에 인간의 방법이 있으면 침팬지 세상에는 침팬지의 방법이 있다. 그 방법을 무시하고 침팬지를 이해하거나 보호할 수는 없다.


 인간은 이제 오만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방법과 취향대로 있는 그대로의 그들로 바라보며 이해해야 한다. 서로의 생체 시계가 달라 흘러가는 시간의 정도는 다르겠지만, 침팬지가 살 수 없는 세상에서는 인간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들이 사라지면 인간도 사라지고, 그들이 살아야만 인간도 살 수 있다. 그들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만이 인간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란 진리를 이제는 알고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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