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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Dec 12. 2023

마음이 단단해지는 살림

비워야 채워지는 단순한 마법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 오면서 한 가지 다짐한 것이 있는데, 더 이상 불필요한 것을 사지 않겠다는 나와의 약속이었다. 한때 앞 집 아줌마와 택배 경쟁을 했던 나는 가급적이면 온라인 쇼핑을 하고 집으로 택배가 오게 하는 과거의 훈장을 버리기로 했다. 그래서 오랫동안 높은 구매 실적의 등급을 유지했던 ‘11번가’와 몇 가지의  앱을 스마트폰에서 지웠다.


 더 이상 스마트폰으로 상품을 보지도 않고 구매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지만, 습관은 하루아침에 고쳐지지 않았다. 금단 현상에 걸리 사람처럼 스마트폰 속의 앱을 찾았고, 포털창에서 검색해서 들어가는 등 무의미하고 습관적인 서칭을 하고 있는 나를 볼 수 있었다. 아내한테 습관적으로 말했던 ”구경만 할게"라는 말은 실질적으로 견물생심을 현실화시키는 주문에 불가했던 것이다.


 더 이상 물건에 파묻혀 내 생활공간을 빼앗길 수 없었기에 물건에 대한 소유욕을 버려야만 했다. 특히 마음에 드는 물건일수록 똑같은 것을 2개 사는 과도한 집착을 버려야 했는데, 어릴 적부터 욕심이 커져서 알 수 없는 소비습관이 되었지만 불필요한 물건이 포장된 채로 쌓여가는 동안 나는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었다.


 물건에 파묻혀 살다 간 아무것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이사를 준비하는 동안 중고거래 앱을 통해,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정리했다. 일부는 버리면서 과감한 이별을 하였지만 아직도 옥탑방에는 정리되지 않은 내 물건이 쌓여 있다. 일주일에 종량제 봉투 50L 사이즈 한 개를 버리기로 했지만, 물건에 대한 미련은 차마 버리지 못하고 다시 상자 속에 넣게 한다.


 겨울에는 난방이 되지 않는 옥탑방에도 잘 올라가지 않기 때문에 봄이 오기까지 물건을 버리고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나는 쓰지도 않을 물건에 대한 미련을 먼저 버려야 한다. 과감하게 결단을 막는 가장 큰 적은 구매한 가격에 대한 아쉬움과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사용할 수 있다는 미련이다.


 물건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우선 이 아쉬움과 미련을 버릴 것이다. 한 달 동안 내가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앞으로도 내가 사용할 확률이 적은 물건으로 분류해서,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상자에 담고, 구매할 때를 생각나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물건은 중고거래 앱이 아닌 물품 기증을 하여 그 아쉬움을 다른 사람들 통해 채우려고 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눈앞에 보이는 물건을 보면 생기는 아쉬움과 미련이 행동을 막기 전에, 이번 겨울에는 물건의 동절기를 보내려고 한다. 물건으로 채워진 것이 아닌 내가 활동하게 편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 불필요함과 이별할 것이다.


 이제 이 불필요함과 다시 함께 하지 않고, 꼭 필요한 것들과 동행하는 연습을 하며 언제든지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상태를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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