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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Dec 14. 2023

지금 여기, 포르투갈

매일의 순례길을 걷게 된다면

고다드의 종이 위에 적은 꿈으로 더욱 유명해진 ‘버킷리스트’는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누구보다 많은 버킷리스트를 가지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하는 것이다. 지금은 직장인이라 순례기를 다녀올 만큼 긴 휴가를 낼 수 없어서, 꿈만 꾸고 있지만 언젠가 꼭 한 번쯤은 가고 싶은 곳이라 가끔씩 산티아고 순례길 가는 꿈을 꾸기도 한다.


 <스페인 하숙>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더 가고 싶어진 산티아고 순례길은 스페인 북서부에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당까지 걷는 길을 말하며, 출발하는 위치에 따라 생장에서 출발해 800km가 넘는 프랑스 길과 포르투에서 출발해 290km 정도 거리의 포르투갈 길이 대표적이다.

순례자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생장길의 경우 한 달 이상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포르투에서 출발하는 290km 거리의 순례길은 소요시간도 적게 들고, 대서양이 보이는 절경의 해안 길이라 나처럼 오랜 시간을 낼 수 없는 직장인들이나 걷는 것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코스이다. 상대적으로 짧다 해도 290km의 코스를 완주하려면 산술적으로 매일 29km를 10일 동안 걸어야 하는 거리라서 결코 만만치 않은 코스이다.


 주변의 순례길을 걷고 온 사람들의 경험담에 의하면 절대 불필요한 것은 가지고 가지 말 것을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말하는데 나처럼 이것저것 챙기고 싶은 욕심이 많은 사람은 여행 짐 싸는 것부터 곤욕의 시간이 될 것 같다.  <마음이 단단해지는 살림법>을 읽으면서 여행을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최소한의 짐만 가지는 것을 꿈꾸지만 현실은 참 어렵다.


 예수님의 제자 야고보가 걸었던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 걷는지 순례길을 다녀온 친구한테 물어본 적이 있다. 그 친구는 자전거 여행을 해서 자전거를 타고 다녀왔지만, 순례길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을 말해주면서 몸이 불편하지만 주변의 도움도 마다하고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더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순례길을 걷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냥 보통의 길일 건데 왜 많은 사람들이 순례길로 모여드는 것일까?? 예수님의 제자가 걸었던 길이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걸으며 인생의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순례길을 걸으며 떠오르는 수많은 사색은 인생을 보다 풍요롭게 해주는 인사이트가 되어, 어떤 인생을 살 것인지 고민하던 순례자에게 스스로 해답을 찾게 한다.


 정답이 없는 인생의 길에서 오직 내가 내린 결정만이 정답이 된다는 것은 순례자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평상시 걷는 산책길에서도 나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사색을 한다면 삶에 대한 정답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내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물음에 진정으로 답하는 연습을 한다면 순례길이 아니더라도 오늘 내가 걷는 출근길 속에서도 영감이 떠오를 수 있다.


 순례길을 가고 싶다는 미완의 버킷리스트만 꿈꾸는 것이 아니라 매일 걷는 출근길 가운데서도 인생에 대한 고민과 사색을 한다면 매일의 영감을 느끼고, 그것을 실천하는 축복을 누릴 수 있다. 결코 기쁠 수 없는 출근길을 순례길로 만들어 매일의 영감을 누리며, 지금의 행복과 깨달음을 느끼는 하루를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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