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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Dec 21. 2023

세컨드 브레인

적자생존, 적어라 그러면 생존할 것이다.

 나는 암기력이 학교 성적의 대부분을 좌우했던 시대를 살아왔기에 무엇보다 외우는 행위에 집중했고, 좋은 암기력 덕분에 정석적인 학습보다는 벼락치기 학습에 최적화된 사람이었다. 하지만 자세한 설명과 과정을 설명해야 했던 대학교 전공 시험 전날에 했던 벼락치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기억은 유한하지만, 기록은 무한하다 “라는 말처럼 기록을 하면 될 일을 굳이 암기력에 의존해 기억하려고 했고 요즘은 방금 한 말도 기억하지 못하는 일도 빈번히 있어서 기억의 한계를 체감한다. 그렇다고 내가 기록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흔적을 남기기 위한 기록이었을 뿐, 기억을 위한 기록은 아니었다.


 에빙하우스의 <망각 곡선>에서 쉽게 알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데, 인간이 무엇인가 기억한다는 것은 그것을 잊지 않고 간직하기 위함이라서 기억을 위한 기록은 참 의미 있는 것이다. 마치 영화 <메멘토>에서 주인공이 1분 전의 일을 잊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몸에 표시하는 것처럼 인생의 시간 속에서 무엇인가를 기록한다는 것은 표식과도 같다.


 과거 책을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책에 대한 기록을 남기지 않았던 나는 읽었던 책의 내용도 책이 주었던 그 어떤 생각과 감정도 기억하지 못하는 억울함을 느낀 후 하나씩 기록하여 나만의 서재에 쌓아가고 있다. 가끔 눈에 익숙한 책 제목을 보면 내 블로그에 검색하여 읽었던 책인지 확인할 수도 있어서 오로지 기억에만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기록한 것에 더 의지하고 있다.


 사실 기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희미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인간의 뇌는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으로 구별하여 보관하지만 자주 꺼내보지 않으면 단기 기억이든 장기 기억이든 망각의 장소로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는 나만의 지식 보관실을 만들어 수시로 확인하고, 단순한 기록이 서로 연결되고 더 큰 단위의 정보로 융합시켜 하나의 사상으로 만드는 생각의 공장도 있어야 한다.


 세컨드 브레인은 기록을 기반으로 하나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여, 아이디어 사이의 연관성을 새롭게 찾고 발전시켜 나만의 독창적인 생각을 주입시키는 일련의 행위이다. 특히 IT를 활용하여 아이디어를 분해하고 재배열해서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으로 만들 수도 있다. 바로 기억하고 연결하여 창조하는 과정이다.


 사실 세컨드 브레인을 위한 도구는 반드시 디지털 방식일 필요는 없다. 아날로그나 디지털과 같은 방식의 문제보다는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을 기억하면 된다. 이는 <CODE>라는 방법을 통해 수집(Capture), 정리(Organize), 추출(Distill), 표현(Express)의 단계를 통해 인간의 기억을 도와준다.


 하지만 이 CODE 방법은 맹목적인 정보의 수집만을 하는 디지털 호딩(Digital hoarding)의 습관은 경계한다. 무턱대고 정보를 저장하는 행위는 지식의 보관실을 어지럽게 만들 뿐이다. 정보의 사재기가 아닌 정보를 분류하고 정리하여 중요하고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힘이 필요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정보는 궁극적 나만이 할 수 있는 지식 자산이 되며 내 생활 속에서 구체적인 행동으로 실행될 때, 그 가치는 더욱 극대화된다. 안다는 것을 넘어 아는 것을 실천하는 행위의 가치는 단순히 기억하고 아는 것과는 결코 비교할 수 없다.


 정보를 받아들이기만 하는 행위는 마치 사해 바다와 같은 미래를 암시하기에 발산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정보를 분류하여 필요한 것만 취하고 불필요한 것은 버림으로, 융합의 과정을 거치면 단 하나의 최종 결과를 얻게 된다. 융합은 선택지를 없애고 절충하게 하여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게 하는 과정으로 어떤 수단이나 도구보다 더 중요하다.


 특히 창의적 과정의 기초가 되는 발산과 융합을 CODE 방법에 적용하면 수집과 정리 단계는 발산, 추출과 표현 단계는 융합으로 적용할 수 있다. 특히 세컨드 브레인은 창의력과 생산성을 높여주는 시스템이기에 발산과 융합의 과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라도 활용하는 정도에 따라 그 쓰임새가 달라진다.


 나에게 맞춤화하여 매일 적용하고 시도함으로 나의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모든 시도가 나의 습관으로 나타난다. 매일의 반복적인 행동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인생이 되어 운명을 바꾸는 것처럼 창의력과 생산성도 결국 일상의 단순함 속에서 나오는 하나의 꾸준함인 것이다. 이런 힘의 진실을 알기에 습관이 삶의 기본 원칙을 단순하게 만들어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매일 꾸준히 반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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