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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Dec 20. 2023

마스크에 대한 자세

코로나19가 끝난 후 다시 착용하는 마스크

 아직도 잊지 못하는 장면이 하나 있는데, 바로 2019년 설 연휴 첫날 아침을 먹으면서 봤던 뉴스이다. 당시 뉴스 보도는 중국 우한에서 바이러스가 발생했다는 정도였는데, 전 세계적인 팬데믹을 불러일으킬 작은 파도였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서 마스크 확보 지도를 해야지 생각만 하고 따로 조치를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연휴가 끝나자마자 마스크는 품귀 현상이 일어났고 돈이 있어서 살 수 없는 귀중품이 되었다.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는 강력한 바이러스를 막아줄 무기는 오직 마스크였는데 그마저도 제대로 구할 수 없어 감염과 죽음의 공포에 시달렸던 사람이 꽤 많았을 것이다.


 나는 다행히 원하는 만큼은 아니었지만 마스크를 구해 가족들과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줄 수 있어서 공포감까지는 아니었지만, 마스크를 구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온 지역을 다녔던 기억이 난다. 살고자 하는 욕망이 더 강했던 탓인지 마스크를 구했고 여분의 재고까지 마련하며 코로나19 시대를 잘 버텼다.


 코로나19가 끝났을 때는 옷장에 쌓여 있는 마스크가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이번 A형 독감에 감염되면서 쌓아 놓았던 부담 없이 마스크를 하나씩 쓰고 있다. 코로나19 때는 아껴가며 썼던 마스크였지만 지금은 이번 기회에 소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매일 하나씩 새 마스크를 쓰고 있다.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던 시절 마스크를 착용하면 답답한 느낌에 차라리 코로나19에 걸리고 말겠다는 사람들도,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었지만 1년 넘게 마스크를 착용하니 내 몸의 일부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안 하면 허전하고, 안 보이면 불안함을 주는 그런 존재가 되었다.


 국가별로 앤데믹 선언하며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지했지만 혹시나 하는 두려움 때문에 선 듯 마스크를 벗지는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마스크를 벗었어도 나는 마스크를 착용하며 끝까지 버텼는데 어느 순간 나도 마스크를 벗고 신선한 공기를 직접 마시는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다시 이런 날이 올 수 있을까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결국에는 마스크로부터 해방된 날이 왔다.


 코로나19 때는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지금은 상대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다. 혹시 모를 바이러스 전파가 되지 않도록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나와 상대방에서 좋은 방법일 것이다. 한동안 벗었던 마스크를 다시 착용하는 순간 갑갑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한 번 해본 경험 때문인지 그렇게 갑갑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경험이 중요함을 느낀다. 한 번 해봤으면 두 번 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며, 그래서 한 번 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시도하지 않으면 실패조차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실패할 것을 미리 짐작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간은 태초부터 실패를 통해 태어났고 살아가면서 수많은 실패를 하며 성장하고 발전한다.


 두려움이란 핑계를 대지 말고, 일단 경험을 위해 시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의 공포도 이겨본 경험을 자산으로 앞으로 더 강력한 바이러스가 또 창궐할지도 모르겠지만, 인간은 어떠한 방식으로는 생존하고 살아갈 방도를 찾을 것이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두려움과 싸우는 인간의 시도를 이제는 귀중품도 아닌 흔한 물건이 되어 버린 마스크를 통해 다시 한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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