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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Dec 22. 2023

작가의 체력

글쓰기의 필수 조건

  작년 연말 정산할 때 일이다. 아내가 문득 의료비 공제 금액을 물어봐서 없다고 말하니 의심의 눈초리로 보길래 공제 내역을 보여주었다. 정말 병원 진료비가 없고 심지어 약국에 간 적도 없는 것을 보고 아내를 나를 사기 캐릭터라고 했다. 병원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않는 나이기에 당연한 일이겠지만, 건강하다면 굳이 병원에 갈 일이 없는 것이 좋다.


 올해 5월에 10중 추돌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10일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고, 그 이후로도 한동안 통원하여 치료를 받을 만큼 허리가 안 좋았다. 교통사고 후유증이야 오래간다고 하지만 앉아서 글쓰기를 해야 하는 나에게는 치명적인 고통이었다. 누워서도 써보았지만 집중이 되지 않아, 높이 조절이 되는 테이블을 이용해서 서서 글쓰기를 한 적도 있다.


 무더운 여름도 잘 지내고 교통사고 후유증에서도 회복되어 올해의 목표에 매진했던 12월 초가 되자, 원인 모를 몸살이 났다. 원인이야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고 수면 시간을 줄여가며 책 읽기와 글쓰기를 했기 때문에 탈이 난 것을 잘 알지만, 하루라도 더 빨리 목표를 달성하고 싶은 욕심에 무리했더니 몸살로 5일 정도 고생을 했다. 그중 3일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못할 정도로 근육통이 심했었다.


 다시는 욕심을 내지 말아야지 스스로 다짐하며, 매일의 루틴을 지키고 있는데 다시 A형 독감에 걸려 지난 주말부터 글쓰기를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멍하게 보내고 있다. 억지로 글쓰기를 하고 있지만 글쓰기의 전개가 잘 되고 있는지 의심이 된다. 아무리 좋은 글감도 글쓰기 실력도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좋은 기회였다.


 글쓰기를 하는 과정은 옆에서 보면 정말 쉽게 보일 것이다. 그냥 앉아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 무엇인가를 적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쓰기는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는 고된 중노동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엉덩이를 자리에 붙이고 앉아 있는 끈기가 필요하고, 눈으로는 작가의 문장을 보고 손으로는 그들의 문장을 옮겨 적으면서 머리로는 그들의 생각을 훔쳐야 하는 고도화된 작업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전업 작가가 될 결심을 한 후 심야에 영업했던 가게를 정리하고 시골로 이사했다. 동네에 헬스장도 없는 곳이라 운동을 위해 매일 10km 달리기를 했고, 매년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다. 그리고 매일 똑같은 시간에 글쓰기를 시작해서 정해진 시간 동안 글쓰기를 하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글쓰기 루틴을 철저히 지킨다.


 그가 매일의 루틴을 지킬 수 있는 비결은 매일 10km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체력에 있다. 10km 달리기를 하기 위해서는 체력도 중요하지만 먹는 것도 아무것이나 먹을 수 없다. 몸에 좋지 않은 인스턴트 음식을 먹고 달리기를 하는 것은 무릎에 통증만 더할 뿐이다. 몸에 건강한 음식을 먹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달리기를 한다면 강한 체력을 만들 수 있다.


 내 꿈은 죽는 순간까지 글쓰기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극한의 12월을 보낸 내 심정은 이대로는 절대 내 꿈을 이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왔지만 앞으로 50년을 위해 건강한 체력을 다시 만들어야 함을 느낀다. 어쩌다 하루에 무리해서 했던 운동도 매일 똑같이 반복하며, 자연스럽게 내 안에 근육이 생기고 체력이 생기도록 할 것이다.


 운동뿐만 아니라 몸에 건강한 음식만을 먹으며 늘 변함없는 체중을 유지한다면 진정 내가 꿈꾸는 죽는 순간까지 글쓰기를 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리게 될 것이다. 글쓰기를 하고 싶다면 체력을 기르고 건강한 음식을 먹어 최적의 몸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나의 글쓰기도 건강한 글이 되어 주변에 건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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