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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an 02. 2024

여행의 순간

여행의 이유는 다르지만 여행의 순간은 특별하다

 “인생은 여행이다”라는 말처럼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언제일지 모르지만 죽음이 허락된 순간까지 지구별을 여행하는 여행자이다. 한 곳에 정착할 수도 있고 낯선 곳을 다니며 그곳의 매력에 심취하는 다양한 여행자가 있는 현실 속에서 여행은 늘 신선한 활력을 주는 쉼이자 배움의 기회이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신조를 가지고 살아왔던 나는 집에서 편안히 쉬는 것을 좋아했다. 결혼 전에는 주말, 교보문고에 가서 문 열 때부터 문 닫을 때까지 책 읽는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외출을 하지 않았고, 단수 여권의 억울함에 전역하자마자 10년짜리 복수 여권을 만들었지만 단 한 번의 도장이 찍혀 있지 않았던 나에게 여행은 늘 어렵고 부담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여행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국내나 해외로 여행을 다니긴 했지만 내가 자발적으로 원해서 간 것은 아니었다. 이랬던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아내를 만나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여행하기 위해 일을 하시는 장모님까지 계셔서 처가에서는 여행이 일상이자 모든 것이었다.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신혼여행을 기점으로 나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여유롭게 준비하다 결혼식 일정이 생각보다 빠르게 잡혀서 신혼여행지를 급히 정하다 보니 다시는 가기 어려운 뉴질랜드를 선택했지만 이 선택은 뉴질랜드 이민까지 생각하게 하였다. 뉴질랜드 여행이 너무 좋아서 여행 사진을 가족들에게 보여주다가, 이렇게 좋은 곳 같이 가보자는 말이 나와 다음 해 뉴질랜드 가족 여행을 다녀왔고, 아이가 10살이 되면 단둘이 여행을 가기로 약속할 정도로 뉴질랜드는 나에게 정착하고 싶은 곳이 되었다.


 아내와 여행 성향이 달라 서로 보고 싶은 곳이 다르긴 하지만 나는 기회가 되면 늘 박물관을 간다. 왜냐하면 박물관에 가면 그곳의 역사와 생활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거의 대부분 호텔과 같은 전문 숙박 시설에 묵게 되면 현지인들의 생활 방식을 전혀 알 수 없다. 혼자 여행하는 경우면 단기 홈스테이를 신청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함을 박물관에 가는 것으로 대신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이 많이 보이는 곳을 가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나의 성향과 달리, 여행을 가면 항상 사람이 가장 붐비는 곳에 간다. 다양한 사람들을 구경하고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곳 사람들은 어떻게 옷을 입고 다니는지, 무슨 음식을 먹는지 보고 그들의 행동을 따라 할 때면 마치 현지인이 된 것과 같은 기분이 든다. 현지의 유명한 곳인 핫플레이스를 방문하는 것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나만의 장소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여행을 사랑하는 아내 덕분에 다양한 나라를 갔고 정기적으로 삿포로와 오키나와를 여행할 수 있었다. 2월 말 삿포로 여행을 준비하면서  지난 여행 때 찍었던 사진을 다시 찾아보며 이번 여행은 어딜 가야 할지 계획하는 이 순간이 여행의 시간 중 가장 행복하고 떨리는 순간이다. 물론 이번 여행에서 만나게 될 삿포로 순백의 눈은 지금까지 내가 만난 순백의 눈과 다름없다.


 하지만 흐르는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듯이 내가 만날 순백의 눈은 과거의 눈과는 다른 새로운 무언가일 것이다. 다양한 지구촌 세계를 한 번씩 다 방문하는 꿈을 꾸기도 하지만 한 곳을 여러 번 방문하여 그곳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기에 두 번째 정착지로 생각하는 삿포로를 매년 여행하는 이유이다. 여행을 하는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여행의 순간은 늘 새롭고 감동을 주는 시간임은 분명하기에 여행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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