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서의 여행
우리 가족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기 전 매년 해외로 여행을 갔다. 여행을 위해 돈을 버시는 장모님, 여행에 진심인 아내가 있었으니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주말이나 휴일이면 집에 있는 것을 좋아했던 내가 여행을 좋아하게 될 줄은 아내도 몰랐다고 했다. 심지어 우리 아이는 아내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대만 여행을 시작으로 아이의 여권에는 10개가 넘는 입국 스탬프가 찍혀 있다.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경비가 든다. 주로 비행깃값과 숙박료인데, 전체 여행 경비 중 거의 70%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만족스러운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저렴한 비행기표를 구하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이다. 아내는 여행 고수답게 저렴한 비행기표를 잘 구하는데, 별다른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내가 검색할 때 신기하게 저렴함 표가 있다.
그리고 아내는 좋은 숙소에서 묵는 것을 선호하는데, 신혼여행 때는 겁도 없이 5성급 호텔에 묵는 다시 하지 못할 경험을 하기도 했다. 특히 아이는 호텔 조식 먹는 것을 여행의 목적으로 하고 있어서 아내나 아이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의 숙소를 검색하고 선택한다.
아직 아이가 장거리를 걷거나, 무거운 짐을 가지고 이동하는 것이 힘들기에 가족 여행을 할 때는 주로 자동차를 렌트한다. 4인 가족이지만, 조금 비용이 더 들더라도 7인승 차를 렌트해서 편안한 이동을 한다. 운전은 내가 전담하기에 여행 중 나의 목표는 가족들의 안전한 이동을 책임지기 위해 철저한 컨디션 관리가 중요해서 여행 중이라도 일찍 잠자리에 들고 일찍 일어나는 루틴을 지켜야만 한다.
특히 뉴질랜드와 스위스-이탈리아-프랑스-독일을 갔을 때는 여행 기간 동안 3,500km를 자동차로 이동하는 경험을 해봤기, 이제는 당연히 자동차를 렌트해서 여행하는 것을 준비한다. 국제면허증부터 각 나라별 표지판을 미리 인지하고, 구글맵에서 오프라인 지도를 미리 다운로드해 혹여 통신장애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당황하는 일이 생기지 않게 준비한다.
지금까지는 비용 대비 여행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아내는 비행기표와 숙소를 나는 렌터카를 각자 알아봤지만 이제 단 한 번의 검색만으로 비행기표와 숙소, 렌터카 심지어 숙소 주변 관광명소 입장료까지 연계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특히 여행자의 취향을 정확히 입력만 하면 취향을 저격하는 다양한 여행 콘텐츠로 가득 찬 여행 코스와 일정을 제공받을 수도 있다.
과거에는 집을 떠나 낯선 곳을 방문하여 새로운 것을 보고 소위 견문을 넓히는 여행이었다면, 이제 여행의 미래는 단순한 방문이 아닌 에어비앤비에서 제공하는 숙소에 묵으며 현지인과 소통하며 그들의 생활을 체험하거나 요가를 하면서 지친 몸을 회복하고 마음 챙김을 하는 치유와 회복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여행자 맞춤형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어디서 무엇을’에서 ‘왜, 어떻게’라는 여행 목적의 변화는 여행의 본질과 미래를 바꾸고 있다. 예를 들어 황성수 박사님께서 운영하시는 힐링스쿨 졸업생을 대상으로 세계 채식 여행은 현미식물식뿐만 아니라 비건을 지향하는 여행자에게 정말 매력적은 콘텐츠가 될 것이다. 이제 남들보다 비용을 저렴하게 특가로 여행하는 것이 주가 아닌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떤 콘텐츠를 즐겨, 나의 취향에 맞는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특별한 체험을 통해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주가 되고 있다.
여행의 미래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나의 취향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내가 내 취향을 모른다면 어떤 여행을 하더라도 나를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기에, 취향을 반영한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안다면 어디를 가도 만족할 만한 여행이 될 수 있다. 명상 수련을 위해 티베트를 방문하는 여행자가 편안한 잠자리와 안락한 교통편을 추구하지 않는 것처럼 다소 불편하더라도 여행자의 취향이 반영된 콘텐츠가 존재하는 곳은 여행의 미래이자, 매력적 여행지가 될 것이다.
대중의 취향보다는 개개인의 취향의 세밀한 부분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여행의 콘텐츠는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이며, 남들 다 하는 여행이 아닌 나만을 위한 여행이 된다면 미래의 나는 어떤 여행을 할 수 있을지 상상해 본다. 조앤 롤링의 글쓰기를 가르쳐 주는 여행 콘텐츠가 있다면 바로 캐리어를 들어 출발할 수 있기에 앞으로의 여행이 기다려지고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