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 속 집중하기
매달 함께 글 쓰는 루틴을 만들어주는 글루틴을 신청하고 참여하는 것은 나에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정이다. 새로운 기수의 글루틴 신청 안내가 등록되자마자 제일 먼저 신청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고, 마치 사냥감을 노리며 웅크리고 있는 맹수처럼 언제 신청 안내가 등록되는지 기다리는 정도이다.
1기부터 시작해서 14기까지 참여하고 있으니 이제는 당연함을 넘어 내 생활 속 자연스러운 일정이 되어 버린 지 오래이다. 물은 한 장소에 오랫동안 고여 있으면 썩어 버리지만, 글쓰기는 오랫동안 해도 늘 신선함을 느끼게 해주는 마르지 않는 샘물과도 같다. 매일 다른 글감을 찾아 글감이 나에게 주는 영감을 표현하는 글쓰기는 날마다 새로움을 준다.
매일의 글쓰기를 즐기면서 매일 한 개 이상의 글쓰기를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루틴이 되어 버리니, 어제는 퇴고 단계에서 수정하고 있던 상태를 글쓰기를 했다고 착각하고 그냥 잠들어 버린 웃지 못할 일이 생겼다. 새벽에 일어나 글쓰기 인증을 하지 못했다는 당혹감에 한참을 멍하니 있을 정도로 매일의 인증은 나에게 중요한 과업 중 하나였다.
이미 지난 일을 바꿀 수 없음을 인정하고 책을 읽어보았지만 집중할 수 없었다. 저녁을 먹고 아내와 단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졸음이 쏟아져 잠시 쉬자고 했는데 그대로 잠들어 버린 것이다. 나의 행동이 너무 아쉽고 익숙함에 게을러진 것은 아닌지 하는 염려가 들기도 했지만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몸살과 A형 독감에 걸렸을 때도 글쓰기만큼은 포기하지 않고 했는데 졸음에 지고 말았다. 사실 요즘 새벽에 집중이 되지 않고 잡생각이 많이 들어 글 쓰는 것이 조금 어렵다. 올해 목표를 세웠지만 계속 거창한 목표를 생각하게 하고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내 욕심 때문이다.
성장하고 싶다는 욕심이 과욕이 되지 않도록 매일 단 한 개의 글쓰기만을 하고 있는 요즘이기에 더욱 욕심이 나는 것 같다. 작년 12월 초 욕심의 대가를 몸소 체험했기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 훈련을 하고 있지만, 욕심을 버린다는 것 자체가 참 힘든 일이다.
새벽의 고요함을 느끼며 글쓰기를 하는 순간은 오직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이다. 요즘 잡생각으로 가득 찬 복잡한 머릿속 때문에 집중하지 못해 글쓰기의 순간을 온전히 누리고 있지 못하지만, 다시 집중할 것이고 집중해야만 한다.
글쓰기를 평생의 습관과 인생의 즐거움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이 변함없기에 글쓰기에 집중하는 것이 진정한 나를 만나는 것이며 내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내면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유일한 방법이라 믿는다.
글루틴 14기에 참여하면서 익숙함과 당연함을 넘어 글쓰기 자체에 집중할 것이다. 글감을 찾아 내 생각과 느낌을 주입하여 나만의 가치를 부여하고 오직 나만의 글쓰기로 창조하는 시간은 나를 진정한 생산자로 만들어 준다.
글쓰기에 집중하다 보면 잡생각으로 가득 찬 머릿속도, 해묵은 감정으로 가득 찬 마음속도 어느새 정리되고 감정의 멍울이 풀어져 새벽의 고요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고요함 속에 피어나는 집중의 힘은 나의 자아상이자, 매일의 활력이 되어 글쓰기를 즐거움을 누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