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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an 05. 2024

2023년 독서 결산

인생의 유희이자 습관

 


“책 속에 길이 있다.”


어릴 적부터 집에서나 학교에서 책 읽기의 중요성이나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반드시 들었던 말이다.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귀에 딱지가 앉아, 책이란 단어만 들어도 머릿속에 자동적으로 떠올려지는 문장이었다. 어린 나이에 과연 책 속에 길이 있을까 의구심을 품으면서도 책을 놓지 못했던 이유는 어머니의 권유도 있었지만 어린 나에게도 책 읽기는 나름 즐거움을 주는 유희가 되었기 때문이다.


 중학교 졸업을 할 때까지 가장 많이 읽은 책은 브리태니커 대백과 사전이다. 어머니께서 생활비를 아껴서 거금을 들여 구매하신 백과사전을 책장에 꽂아 놓기만 하다가, 그냥 심심해서 1권부터 꺼내서 그냥 읽기 시작했다. 지금도 본가에 가면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있는 브리태니커 대백과사전을 읽는 것은 하교 후 나의 유일한 유희이자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었다.


 백과사전을 매일 읽다 보니 정말 다양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시 나에게 생소했던 그리스-로마 문화부터 세계사의 흐름까지 배울 수 있어서 한국사를 공부하던 나에게 한반도와 동아시아에만 국한되었던 편협한 시야를 전 세계로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세계 명화와 문화유산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어서 이과생이 문화 예술 분야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비결이 되었다.


 대학 졸업 후 이런저런 이유로 책을 지속적으로 읽지 못했다. 한 달에 한 두 권 정도는 읽었지만 꾸준히 읽지는 못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식으로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참 의미 없는 일이 되었지만 당시 나는 체대생으로 오해할 만한 외모와는 달리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인정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체육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운동하는 사람은 무식하다"라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싶었다.


 이런 증명의 욕망은 책을 수집하는 행동을 하게 만들었고, 이사할 때마다 이삿짐센터에서 기피 대상 1호인 엄청난 양의 책을 보유한 수집가가 되어 있었다. 아내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지만 결코 나의 책 수집에 대한 욕망을 이길 수는 없었다. 매달 10권 정도의 책을 구매하여 그대로 책장에 꽂아두는 행동을 반복하니 금세 800권이 넘는 책을 보유하게 되었다.


 읽지도 않은 책을 책장에 진열된 상태를 보는 것만으로 책을 읽었고, 책 속의 내용이 내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살면서 나는 애독자가 아닌 애서가의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고, 책을 읽는 행위보다는 책을 구매하고 진열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 되었다. 책을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책을 안다는 엄청난 착각 속에서 겉으로만 책의 정체성을 나타내려고 했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를 준비하면서 현실을 깨닫고 난 후, 200권 정도 중고서점에 판매를 하면서 나의 허망한 욕심 때문에 책의 가치가 급락하는 것을 보았고 책은 읽지 않으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왕 정리할 것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손에 잡히는 대로 무작정 읽기 시작했다. 이런 다짐과 노력은 2022년 111권, 2023년 389권의 책을 읽게 해 주었고 지금도 매일 책 읽기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일 년 365권의 책 읽기와 글쓰기라는 정말 무모한 도전을 하면서 성공의 가능성이 거의 없었지만 매일 묵묵하게 꾸준히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한 하루의 루틴은 결국 무모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나의 도전을 예상보다 한 달 일찍 달성하는 쾌거를 만들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 년 365권의 책 읽기에 성공하니 이제 일 년 400권, 500권의 책 읽기도 가능하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이제 3년 1,000권의 책 읽기와 글쓰기라는 도전을 하면서 책 읽기와 글쓰기는 이란성쌍둥이로 성장의 핵심이자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책 속에 길은 분명 존재하며, 그 길은 나에게 성장과 배움의 즐거움을 선물해 주었다. 이제 내가 해야 하는 행동은 매일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뿐이다. 의무감으로 하는 것이 아닌 즐거움으로 하는 이 반복 행동은 무미건조한 것이 아닌 인생의 목적과 가치를 알게 해주는 다채로움으로 가득한 나만의 유희이자 인생의 습관이다.



“I am what I read.” _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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