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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an 08. 2024

인간의 오랜 친구, 개의 작동 원리, 반려견과의 행복한

현재에 충실하기

 나는 어릴 적부터 개를 좋아했다. 외갓집에 갔을 때는 마침 새끼를 출산한 검둥이가 있었는데 내가 하도 강아지를 만지고 자신에게 돌려주지 않자 물려는 행동을 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강아지를 집으로 데리고 가겠다고 떼를 써서 어머니가 엄청 난처했다고 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내가 개를 너무나 좋아하니 대학교 입학 전까지 우리 집에는 항상 개가 있었다.


 대학생이 되니 집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고, 심지어 버스를 타고 편도 1시간 거리라서 새벽에 나가 자정이 돼서 귀가하는 경우가 많아지니 개를 키운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키운 개는 퍼그라는 견종이었는데, 걸음마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집을 나와 떠돌다 임보를 하는 집에서 원래 있던 개들이 괴롭혀서 우리 집에 왔다.


 처음 왔을 때는 눈치도 많이 보고 숨어 있기 바빴다. 특히 몸이 너무 왜소해서 밥을 먹을 때마다 엉덩이가 들려 밥그릇에 빠져서 항상 엉덩이를 잡아주고는 했는데, 한 달 정도 지나니 정상 체중이 되면서 활발해졌다. 당시는 산책의 중요성을 몰라서 가끔 산책을 시켜줬는데 그때마다 눈이 흰 부위만 보일 정도로 혀를 내밀고 광속의 질주를 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단모종이라 털이 많이 빠지지는 않았지만 목욕을 할 때마다 전쟁을 치렀고, 지금 생각해 봐도 목욕을 좋아하지는 않은 것 같다. 싫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마지못해 하는 표정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다. 왜 그때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아쉬울 뿐이다. 퍼그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개와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신기하게도 아이가 개를 너무 좋아한다.


 동네를 한 바퀴 걸을 때마다 산책 중인 개를 만나면 인사하느라 항상 예상시간을 지나 집으로 돌아와서 아내의 푸념을 듣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의 성향이 좋다고 생각한다. 어제도 한 카페에 갔는데 고양이가 자신에게 오지 않는다며 새초롬한 표정을 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나도 아이도 개를 너무 좋아하지만 개를 키우지 못하는 이유는 개를 책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귀여움 때문에 개를 키우는 것은 지금 우리 가족의 생활 패턴으로는 절대 충분하지 않은 이유이다. 각자의 생활로 저녁이 돼서야 귀가하기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집에 홀로 있으면 분리 불안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주말에는 거의 외출하고, 일주일 이상 여행 가는 경우도 있기에 개를 집에 혼자 있게 하는 것은 방치를 넘어 학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을 너무나 좋아하는 개의 성향으로는 적응하고 집에 혼자 있겠지만, 보호자와 함께 있는 시간을 그 어떤 시간보다 좋아하는 개의 입자에서는 참 가혹한 처사이다.


 가끔 유기견 보호소를 지날 때마다 사랑을 받다 버려진 아이들의 슬픈 표정을 보면서, 인간의 무책임한 행동에 분노하기도 하지만 책임지지 못할 행동은 애당초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지혜를 배운다. 그래서 아이에게도 책임의 중요성을 가르쳐 주기 위해 책임질 수 있을 때 개를 키우기로 약속했다. 미래에 키울 개의 이름을 이미 정해 놓을 정도로 아이의 개 사랑은 유별나다.


 인간의 오랜 친구, 개는 야생 세계에서 살다가 자의로 인간에게 찾아와 길들여졌다고 알려진다. 길들이기(Domestication/가축화)는 인간이 개에게 한 가장 잔혹한 행동이라고 할 정도, 개는 인간을 만나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버렸다. 본능까지 버릴 정도로 인간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생명까지도 바치는 개의 충성심은 “인간보다 낫다”라는 칭찬을 종종 듣는다.


 “개처럼 살아라”라는 말은 개는 현재에 집중하고, 지금을 즐기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개는 지금 보호자와 함께 있는 이 순간보다 행복한 시간이 다시는 없다는 듯이 최선을 다해 지금을 누린다. 주인이 에너지가 방전되어 쓰러져도 또 놀자며 다가오는 개를 보면, 저렇게까지 지금에 집중할 수 있을지 그 비결이 궁금할 정도이다.


 “Carpe Diem(현재를 살아라)“라는 격언이 떠올릴 정도로 개는 현재에 충실하고, 매 순간 지금 하는 일을 사랑한다. 나도 개처럼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고 싶다. 그래서 올해는 “개처럼 살라”라는 책 속의 문장을 실천하며 살 것이다. 현재에 충실하고, 그 순간을 즐긴다면 그 어떤 시간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낼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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