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교육의 시대를 살아갈 호모 아카데미쿠스
인간이 살고 있는 지구에는 다양한 민족이 있는데 그중 유대인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똑똑하고 부유하며 세계를 지배하는 민족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유대인들도 인류 최악의 역사 중 하나인 제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나치의 순수 게르만주의에 의해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험에 처해졌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인간의 존엄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홀로코스트 속에서도 유대인은 살아남았고, ‘죽음의 위협 속에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민족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택받은 민족이라는 선민사상을 가지고 있는 유대인은 독특한 교육 방식을 가지고 있고, 대대로 이 교육 방식을 통해 자녀를 교육한다.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도 동일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유대인의 교육 방식의 핵심은 ‘질문하고 토론하며 생각하기’이다. 하브루타는 둘씩 짝지어 대화, 토론, 논쟁하는 교육으로 하브루타가 진행되는 교실은 적막함이 감도는 한국과는 달리 시장처럼 시끌벅적하다. 하브루타의 핵심은 질문하기로, 질문을 통해 문제의 본질에 도달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의 지적 능력을 성장시킨다.
이집트 노예 생활을 하다 엑소더스(Exodus)를 통해 40년이란 시간 동안 광야를 떠돌다 약속의 땅, 가나안에 도착해 이스라엘을 만든 유대인의 삶은 단 한 번도 평탄한 삶을 산 적이 없다. 하지만 유대인은 조상 대대로 겪은 경험을 기억하고 기록하면서 후손들에게 알게 하여, 자신들의 고통을 재현하지 않도록 가정교육에 힘을 썼고 그런 교육의 힘으로 홀로코스트(Holocaust)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유대인들에게 이런 교육의 힘이 없었다면 그들은 이미 지구상에서 찾아볼 수 없는 민족이 되었을 것이다. 이런 유대인들처럼 교육의 힘을 강조하는 민족이 있는데 바로 ‘한민족’ 대한민국 사람들이다. 나도 어릴 적부터 어머니에게 “머릿속에 있는 것은 절대 도둑맞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수없이 많이 들으며 자라왔기에, 공부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공부는 아는 것이 아닌 본인이 직접 해야만 한다는 것은 안다고 해서 공부를 하거나 내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알기 위해서는 치열하게 반복하고 학습해야만 비로소 내 것이 된다. 하지만 내 것이 되었다 하더라도 반복하지 않으면 금세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 공부이기에, 공부는 본질적으로 평생 해야 하는 것이다. 수년 전부터 교육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평생 교육’이라는 개념도 이런 공부의 본질적인 특성과 결을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거의 대부분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는 순간 이제 더 이상의 공부는 없다고 생각하며 배움의 의지를 잃어버린다.
나도 마찬가지로 대학교 졸업 후 취업을 하면서 석사 학위 취득이라는 입사의 목표를 점점 잊어갔다. 신입사원 시절에는 눈치를 보며 궂은일을 도맡아가며 했기에 매일 녹초가 되어 퇴근하면 쓰러져 자기 바빴기에 공부라는 것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다 핑계이지만, 사실 배움의 의지가 전혀 없었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교육팀에서 경력을 마무리하면서 교육 관련 자격증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샐러던트의 삶을 살았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만약 신입사원 시절의 나처럼 계속 살아왔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지 생각할 수도 없을 것이다.
지금은 글쓰기에 집중하기 위해 잠시 샐러던트의 삶을 내려놓았지만, 항상 무엇인가를 배우고 싶다는 열망은 내 안에 가득 차 있다. 새로운 것을 보면 배우고 싶고,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마흔이 넘은 지금, 매일 나를 새롭게 만들어 주는 자극제이자 성장으로 이끄는 개미의 페로몬과도 같은 것이다. 이런 공부에 대한 자극은 내 안에서 스스로 나온 것으로 대학교 졸업 전까지는 누가 시켜서 공부를 했다면, 대학 졸업 후 했던 모든 공부는 내가 스스로 원해서 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로 고단한 샐러던트의 삶도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이다.
내가 원했던 것이기에 공부하는 시간을 만들고, 공부에 집중하고자 했으며 시험을 잘 쳐서 장학금을 받으려고 노력했다. 만약 타의에 의했다면 마지못해 하려고 했을 것이고, 시간을 때우기에 급급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었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공부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8년간의 노력은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석사 학위와 몇 개의 학사 학위를 선물했고, 아내에게 ‘학위 컬렉터’라고 놀림을 받고 있지만 나는 아직도 공부하고 싶다.
내가 스스로 원해서 선택한 길이 결코 순탄하지 않음을 알고 있기에 배움의 기회가 주어진 순간을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 그리고 공부의 끈을 절대 놓지 않고 꼭 잡고 있으려는 모습이 처량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공부만이 성장의 비결이자 나를 행동하게 만드는 동기라고 생각한다.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하고 심지어 잘 죽는 방법까지도 배워야만 하는 평생 교육의 시대 속에서 공부하지 않는다면 생존할 수 없을 것이다.
단순히 좋은 학벌을 취득해서 상위 1%의 삶을 살기 위함이 아닌,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자신이 배운 지식을 나눔으로 보다 좋은 세상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공부의 본질이 된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할 것이다. 나의 성장과 공부에 대한 열정을 실현하고, 내 아이가 살아갈 미래를 보다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나는 공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