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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an 10. 2024

여행은 최고의 공부다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나를 내모는 여행이란 이름의  갭이어의 도

  며칠 전 글루틴 작가님의 치앙마이 여행 글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항공권을 검색했던 일이 있었다. 심지어 습한 기후 때문에 동남아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이미 글에서 읽은 것처럼 치앙마이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음속으로 치앙마이는 꼭 일요일에 가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직항 편이 없어, 경유하더라도 치앙마이로 가는 항공편을 찾고야 말았다.


 여행을 계획하는 순간부터 여행은 시작된다. 매년 2월 말 경 삿포로 여행을 하는 나에게는 이미 삿포로 여행이 시작된 것처럼 말이다. 아직 비싼 항공권을 보면서 결정을 내리지 못했지만, 꼭 직항이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갈 것이다. 왜 삿포로를 좋아하는지 주변에서 묻기도 하지만, 딱히 대답하기 어려운 이유도 그냥 좋아해서 가는 것인데 왜 좋아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내가 대학생이었던 때만 해도 여행은 돈 많은 사람들의 전유물이어서, 보통의 사람들은 여행을 간다는 것에 쉽게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다. 당시 내 주변도 유럽 배낭여행을 하기 위해 한 학기 동안 점심을 컵라면만 먹거나 얻어먹고, 장학금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았던 동기도 있었다.


 또한 당시 여행의 목적이 견문을 넓히기 위해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견문을 넓히려는 목적보다는 SNS에 업로드해서 자랑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어 여행의 목적도 변하고 있는 추세이다. 어떻게 보면 해외여행하는 것이 쉽지 않으니까 견문을 넓힌다는 프레임을 씌웠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여행은 내가 알고 있는 지역이 아닌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이기에 누구나 처음 가는 곳으로 가면 긴장할 수밖에 없고, 오히려 긴장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특히나 남미와 같이 치안이 불안한 곳에 가면 항상 눈치를 보며 주변을 잘 살펴봐야 한다. 여행의 또 다른 매력 중 하나가 이런 낯선 공간이 주는 긴장감이기에 이 매력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솔직히 나는 이런 긴장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에게 익숙한 공간, 집에서 쉬는 것을 좋아했고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온종일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여행에 진심인 아내를 만나 자연스럽게 여행을 하면서 여행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지금도 삿포로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나로 변했다. 낯선 곳에서 지금까지 내가 알지 못하던 것을 알게 되고, 처음 보는 것을 보게 되는 순간 나는 지금까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다양성이 존재한다. 지금도 세계화가 진행되어 이런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지만 미래에는 더 많은 다양성이 일상 속에 존재하게 될 것이다. 이런 다양성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 내가 알고 있는 것만이 정답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우리의 문화만이 좋은 것이라는 편견을 버려야 다양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본자세를 가질 수 있다.


 <여행은 최고의 공부다>에서 가장 공감했던 것은 바로 “여행은 편견 많고 고집 세고 오만하던 나를 뿌리째 바꿔놓았다”라는 문장인데, 왜냐하면 나도 그러했기 때문이다. 여행을 통해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사고방식을 송두리째 바꿨고, 여행 가는 곳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이런 경험을 하게 되면서 “여행을 하면 현명해진다”라는 말을 공감할 수 있었고, 이런 경험을 더 누리기 위해 여행을 간다.


 몇 번의 무전여행과 세계 여행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경험을 쌓은 것은 말 그대로 최고의 공부가 되었고,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 주었다. 특히 미국이나 영국의 고등학생들은 대학 진학 전 1년 정도 ‘갭이어(Gap year)’의 시간을 가지며, 자신의 미래를 준비한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강요, 권유가 아닌 오직 자신만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을 하기 위해 휴식과 배움의 시간을 가지며 자신을 위한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과 다른 인생의 자기 결정권과 주도권에 대해 배운다. 이렇게 때문이 갭이어를 한 사람은 자신의 진로와 미래에 대한 자신감과 당당함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행이 갭이어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여행처럼 갭이어의 도구로 활용하기 좋은 것도 없다. 그리고 갭이어는 대학 입학 전에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지금의 나도 갭이어를 통해 앞으로의 진로와 미래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백세 시대 속에서 미래를 준비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진정 미래를 위한 나의 생존방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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