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과 상승을 기대하는 청룡의 해
매년 연말이나 연초가 되면 항상 그 해의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읽어 온 지 10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트렌드’를 알고 싶어 읽기 시작했으나 언제부터인가 새해가 시작되기 전 꼭 해야 하는 의무 아닌 의무가 되었다. 10년 동안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읽으면서 올해의 트렌드를 알게 되기도 했지만, 매년 종이책을 구매해서 소장하는 버릇이 생겼다. 하지만 작년부터는 종이책이 아닌 전자책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이런 트렌드도 시간이 지나면 과거가 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읽으면서 그 해를 상징하는 동물 띠로 키워드를 선정하는 참신한 방법은 동서양의 복합체가 되어 한 해의 변화의 핵심을 알려준다. 매년 트렌트 코리아를 읽으면 마치 미래는 미리 아는 기분이 들며,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봐야 할지 알 수 있어서 10개의 키워드 중 단 하나만 알아도 결코 손해 나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처음 트렌드 코리아를 읽었을 때는 10개의 키워드를 모두 알려고 했지만 몇 년 전부터는 10개의 키워드 중 단 한 개의 키워드에만 집중한다.
올해의 키워드는 “DRAGON EYES”로 화룡점정을 상징하는데, 용의 눈에 해당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게 만들었다. 특히 올해는 갑진년으로 육십갑자 중 갑은 동쪽과 청색을 상징하기 때문에 청룡의 해이며, 해가 뜨는 동쪽, 하늘로 승천하는 용을 상징하여 그 어느 때보다 도약과 비상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만든다. 이런 도약과 비상을 위해 어떤 것에 집중해야 할지 고민하다 시간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미래를 상상하였다.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시간의 가치는 너무나 중요하며 시간은 부의 정도, 나이,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자산이다. 하지만 매일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은 누구는 값지게 사용하기도 하지만 다른 누구는 더디 감에 괴로워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라는 말처럼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높은 권력이 있어도 많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유한한 자산이다.
이렇게 중요한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올해 내가 집중할 키워드는 바로 ’ 분초사회‘이다. 분초사회는 시간 효율성을 극도로 높이려는 사회의 경향성을, 구성원 모두가 분초를 다투며 살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시간을 매우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1분 1초도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소비 사용의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했던 가격 대비 성능의 효율인 ‘가성비’보다는 시간 대비 성능의 효율인 ‘시성비’ 더 중요해질 것이다.
시성비가 중요해지면서 시간을 대하는 태도와 시간을 아껴주는 서비스가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는 웨이팅이 많은 맛집 줄 서기, 반려견 산책시켜 주기 등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켜 주는 시간을 아껴주는 대행 서비스이다. 사실 시간은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지만 이런 대행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의 숨은 욕구를 알 수 있으며, 그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분초사회를 사는 소비자의 욕구는 단위가 사고를 결정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몇 시에 집중했다면 미래에는 분, 초 단위가 기준이 되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런 기준의 변화는 세상의 모든 영상이 있다는 유튜브도 ‘숏츠’라는 콘텐츠를 만들어 짧은 영상으로 분초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다른 플랫폼들도 시간을 아껴주는 서비스를 출시하는 배경은 한정된 시간 동안 다양한 것을 즐기고 싶은 내면의 욕망과 연결된다.
“시간은 돈이다”라는 명언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시간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시간에 대해 생각하는 기준은 패러다임의 변화와 함께 더욱 시간의 소중함을 느낀다. 기존의 소유 경제에서 경험 경제로의 패러다임의 변화는 시간이 돈보다 중요한 자원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고, 소비자의 SNS에도 소유물을 자랑하기보다는 여행지, 핫플을 방문한 인증샷이 더 많이 올라온다. 이런 경험은 돈보다는 시간이 있어야 가능한 분초사회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분초사회를 살아가는 소비자에게 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 없다.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로 인해 더욱 편안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되어, 단순하고 반복적인 노동에서 해방된 인간은 보다 인간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길 것이다. 이런 시간의 여유 속에서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기술이 인간의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는지, 아니면 그 기술을 잘 사용하여 인간미를 더욱 발휘할 수 있는지가 결정될 것이다.
그 결정의 주체는 오직 인간이며, 인간이 최종적으로 그리는 마지막 용의 눈이 인간을 시간의 주인으로 살지, 시간의 노예로 살지를 결정할 것이다. 분초사회 속의 시성비를 통해 모든 선택의 기준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예상이 틀릴 수도 있겠지만 시간의 중요성을 인지한 소비자들은 분초사회를 살아가는 시간의 주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시장은 이런 소비자들을 충족시킬 새로운 서비스와 시스템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런 트렌드의 물결 속에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고민할 필요도 없이 시간의 밀도를 꽉꽉 채우는 하루를 살아야만 한다는 자극이 밀려온다. 1분 1초도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하루 86,400초를 내실 있게 사용하는 삶의 자세를 가질 것이다. “내가 헛되이 보낸 1분 1초는,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바라던 1분 1초이다”라는 말로 변하는 세상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