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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an 1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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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질문의 힘

 요즘 머릿속이 복잡해 일찍 잠들 수 없었는데, 어제는 퇴근 후 내 성화에 못 이겨 아내가 빌려다 준 책을 잠시 읽다가 일찍 잠들었다. 자정까지 오늘의 글쓰기를 인증하는 두 개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어, 동료 작가님들의 글쓰기를 읽고 답글을 달아야 하는데 이런 나의 생활 습관 때문에 저녁 시간대에 올라온 글은 거의 대부분 그다음 날 보게 된다.


 새벽에 일어나 브런치를 보니 글루틴에서 함께 글쓰기를 하고 있는 작가님께서 내 글에 답글을 쓰셨고, 아주 심도 있는 질문을 하셨다. 마치 출간기념에서 독자가 작가에게 쏟아내는 예리한 질문 같은 문장이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새벽 책 읽기를 잠시 내려놓고 어제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으면서 왜 내가 그런 생각을 했고, 왜 그런 글을 썼는지 회고해 보았다.


 사실 매해 습관적으로 트렌드 코리아를 읽으면서 주어지는 10개의 키워드는 한 해 동안 내가 어떤 트렌드에 집중해야 하는지 나에게 주어진 숙제와도 같은 것이다. 솔직히 트렌드에 집중하지 않아도 되지만, 트렌드라는 거대한 물결은 내가 거부한다고, 내가 역행한다고 거부하거나 거스를 수 없는 사회의 관심이자 욕망이다.


 나도 그 사회의 구성원으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 당연한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아웃사이더가 되어 나만의 취향을 고집할 수도 있겠지만 시대적인 사회의 요구에 사회적 동물의 본능을 발휘하는 것은 나조차도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이다. 나만의 행보만을 고집한다면 트렌드라는 거대한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는 에너지만 낭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김난도 교수님의 <트렌드 코리아 2024>를 읽고 10개의 키워드 중 가장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었던 키워드는 ‘분초사회’이다. 시간의 중요성으로 알려주는 ‘시성비’라는 개념의 등장으로 이제 약속도 “오후 1시에 시청 앞에서 만나”가 아닌, “오후 1시 7분에 시청 앞에서 만나”라고 변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미 바뀌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한 번 지나간 시간은 절대 다시 오지 않는다는 시간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시간을 무한한 자원이라고 여기며 살아왔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나에게 주어진 오늘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이제 점점 이 당연함은 당연함이 아닌 오늘 내게 주어진 선물(present)이자 오늘 나에게 부여된 과업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예전에 읽었던 <Present>라는 책을 다시 읽고 싶다는 욕망으로 가득 차게 만들어 준 작가님의 질문은 오랜만에 사색 다운 사색을 하게 만들어주었다.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회적 동물이 아닌 진정한 호로 사피엔스로서 생각의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마중물은 바로 질문이다. 만약 작가님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내가 왜 분초사회를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시간의 밀도에 대해 왜 고민하는지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글도 당연히 쓰이지 못했을 것이기에 작가님의 질문은 호모 사피엔스로 느낄 수 있는 정체성과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글감을 선물해 주었다. 지난 일 년을 돌아보면 글쓰기에만 집중했지 내 글을 읽어주신 소중한 독자님의 댓글에 무감각했던 나를 반성하고 있던 찰나에 작가님의 심도 있는 질문은 작가의 삶을 꿈꾸는 내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고, 나의 뇌를 젊고 섹시하게 한다.


 지난 20년간 “WHY’이라는 현상과 자연계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품고 살아온 이과적 존재인 내가 근원과 생각의 본질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생각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다름 아닌 질문이다. 내가 보는 눈앞의 현실과 타인의 시선으로 보는 현실은 보는 사람의 관점과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보이고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


 이런 관점과 가치관의 차이에서 나오는 다양성은 인간의 다양성을 규명해 주는 힘이자, 인간의 다양성을 더욱 다채롭게 만드는 근원이라 생각한다. 다양성을 가진 인간이 되기 위해 질문을 하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 그냥 어쭙잖은 질문이 아닌, 작가님의 질문처럼 심도 있는 질문이자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질문을 할 것이다. 질문의 힘이 위대함을 느끼는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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