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우면 따라 하면 된다
며칠 전 글루틴 작가님의 출간 소식을 들었다.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자주 애용하는 도서구매 앱에서 신간을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작가님께 물어보니 아직 종이책으로는 출간되지 않았고, <밀리의 서재>에서 전자책으로 볼 수 있다고 하셨다. 작가님의 신간을 누구보다 빨리 읽고 싶었는데 <밀리의 서재>를 사용하지 않아서 하루 정도 고민을 했다. 몇 년 전 <밀리의 서재>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있을 때 탈퇴해서 사용하지 않고 있었고, 나는 주로 <리디북스>를 이용해 전자책을 보기 때문이다.
https://brunch.co.kr/@songyiahn/691
오디오북 서비스로 잘 알려진 <밀리의 서재>는 내가 정기 구독권을 구매하면서 이용하는 <윌라 오디오북>과 영역이 겹쳐서 한 달 무료 서비스를 이용해 보고는 나에게 <윌라 오디오북>이 더 맞아서 사용하지 않았다. 몇 권의 오디오북을 들으며 고민했지만 <윌라 오디오북>의 목소리가 더 귀에 잘 들어왔고, 최근 윌라에서도 전자책 서비스를 시작하여 오디오북으로 듣고 전자책으로 다시 읽는 새로운 체험을 하고 있다.
아직 블로그 글감 메뉴에서 검색해도 나오지 않은 완전 따끈따끈한 신간을 읽어 보니, 새삼 작가님의 출간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부럽다는 감정이 생길 때마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문장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오랜 시간 부러움에 대한 나의 대처 방법이기도 하다. 부럽지만 부럽다는 감정을 부정하면서 전혀 부럽지 않은 척하는 이중적인 태도는 감정에 대해 솔직하지도 않고, 부러움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승화시키지도 못한다.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서 떠오는 핵심 단어는 ‘필요’였다. 소유욕이 강한 내가 구매했던 수많은 물건들이 과연 내게 필요한 것이었는지를 반문하는 것만으로 내가 그 물건과 함께 해야 할지, 버려야 할지 금방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아직 포장조차 뜯지 않은 채로 쌓여 있는 물건을 보면서 어떤 필요에 의해서 구매했는지를 스스로 묻고 답문 하는 과정을 통해 그 물건의 운명은 결정될 것이다. 아직 물건 속에 파묻혀 있는 이유는 그런 문답의 과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제 글을 쓰면서 다짐한 것이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 올 때 새로 한 가지를 구매하면 가지고 있는 다른 한 가지를 버리겠다고 한 아내와의 약속을 떠올리며 서재에 쌓여 있는 물건을 정리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노트북 충전기였다. 나에게 필요하지 않지만, 혹시 다른 사람에게 필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중고 거래 앱에 등록하였다. 과감히 나눔을 할 수도 있지만 일전에 선의로 올린 무료 나눔이 악의로 재판매되는 것을 보았기에 저렴한 가격에 올려놓았다.
아내는 정리 업체를 불러 한 번에 정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권유하지만, 아직 물건과의 이별을 결정하지 못한 나로서는 하루의 하나씩 정리하는 것이 내게 적합하고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물건을 구매할 때 지불했던 가격은 아니겠지만, 소유한 물건을 처분하면서 발생되는 돈은 출간을 위한 비용으로 저축하려고 한다. 이미 시중에 많은 종류의 미니멀리스트를 위한 책이 있지만, 나만의 미니멀리스트로서의 경험과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면 최소한 한 명의 독자는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런 다짐과 행동을 한 이유는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문장에 대한 반증으로 “부러우면 따라 하면 된다”라고 새롭게 정의하고자 한다. <밀리의 서재>의 글쓰기 서비스인 밀리 로드에 연재하면서 지원도 받고, 출간도 하신 작가님을 그대로 따라 할 것이다. 물론 서로의 물건에 대한 가치관과 정리 방법이 다르기는 하지만 작가님의 행동을 모방하면서 나만의 방식을 적용한다면 새로운 생산물이 만들어질 것이다.
수없이 들어왔던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을 이제는 실행에 옮길 때가 왔다. 이미 성공의 방법을 증명해 주신 작가님의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하면서 작가님을 향한 부러움을 나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재탄생시킬 때 나도 무엇인가를 생산해 낼 수 있다. 그 생산물의 가치는 내가 정하겠지만, 효용성은 내 글을 읽어주실 독자님들이 결정하실 것이다. 올해 일 년간 꾸준히 해야 할 과업이 생겼다는 기쁨으로 매일 하나씩 정리할 것이다.
너무나 어질러져 있어 공개하기 부끄러운 나의 서재가 깔끔하고 단정하게 정리된 모습을 상상하며 매일 물건의 필요성에 대해 스스로 답문 하면서 남겨야 할 이유를 찾을 것이다. 무엇을 남길지는 문답과 나의 고민이 결정하겠지만, 내 목표는 언제는 가방 하나만 매고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물욕이 많은 내게 실현 불가능한 목표이지만, 항상 목표는 높게 잡아야 한다. 나는 단지 그 목표를 한 입에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작게 만드는 작업을 반복하며 실행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