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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an 30. 2024

채소 여행기

완전 배출의 출발점

운동을 좋아하는 나에게 단백질은 포기할 수 없는 필수 영양소였다. 특히 근손실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했던 시절에는 매 끼니 닭 가슴살과 계란, 우유를 먹지 않으면 세상의 종말이 올 정도로 간절하게 단백질을 챙겼다. 심지어 나는 유제품을 먹으면 화장실에 가야 하는 락테이스가 부족한 유당불내증이 심함에도 불구하고 우유를 마셨다.


 운동을 하지 않은 날에도 반드시 챙겨 먹었던 단백질 위주 식단은 2년 전 장모님께서 황성수 박사님의 힐링스쿨에 입소하시면서 온 가족이 현미실물식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평소 채소를 즐겨 먹지 않았던 내가 현미식물식을 한다는 것이 어색했지만, 나 때문에 식사를 두 번 준비해야 하는 것보다는 차려주는 대로 먹는다는 나의 습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황성수 박사님의 현미식물식은 고기, 생선, 계란, 우유를 먹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현미, 과일,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이다. 생선을 제외하고 매 끼니 먹었던 내가 한 번에 그것을 끊는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보물처럼 아껴왔던 냉장고에 있던 닭 가슴살과 계란을 처남한테 모두 주면서 우리 집 냉장고에는 오직 과일과 채소만이 남게 되었다.


 현미식물식을 하면서 가장 즐겨 먹었던 채소는 상추인데 친척이 농작하시는 밭에서 바로 따올 정도로 신선한 상추를 매일 먹었다. 과거 로마인들이 즐겨 먹었다는 로메인 상추는 한국인의 밥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상추와는 달리 보다 긴 잎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상추와는 달리 식감이 좋지는 않지만, 긴 잎을 보면 깃털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감이 간다.


 가족 모두가 놀랄 정도로 완벽하게 오직 현미, 과일, 채소만 먹었더니 5개월 만에 21Kg이 감량되었고 오랜만에 80kg 초반대의 체중을 볼 수 있는 축복을 누렸지만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매일 유지하는 것이다. 다이어트는 평생 해야 한다는 말을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조금만 긴장을 풀면 바로 과거의 잘못된 식습관으로 돌아가려는 내 본능을 제어하지 못했다.


 요요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식사 이외에 먹는 간식과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식사 이외에는 절대 간식을 먹지 않고 가급적이면 7시 이후로는 아무것도 먹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눈앞에 음식을 두고 배고픔을 견디는 것보다 잔인한 고통은 없을 것이다. 마음은 절대 안 먹고 싶지만 자연스럽게 입에 침이 고이며 손이 음식으로 가는 것을 절제해야만 한다.


 운동도 다시 헬스장에 가고 싶지만 무엇이 두려워 등록을 하지 못하는지, 집 근처 헬스장만 탐문하고 있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면서 집에 있는 운동기구를 사용해서 매일 꾸준히 30분이라도 운동하는 습관을 다시 만들려고 한다. 광활한 땅을 뛰어다니며 채집 생활을 했던 호모 사이엔스의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다.


 인간보다 더 오래전부터 존재한 식물 중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채소는 오랫동안 인간의 먹거리로 인간의 생존과 번영에 큰 영향을 주었다. 특히 아일랜드 대기근처럼 국가와 민족의 존망을 결정지을 정도로 생존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였다. 하지만 농업혁명의 발달로 채집이 아닌 곡물을 재배하고 산업의 발달로 가공품을 먹게 되면서 인간은 태초의 자연 속에서 채집해서 먹던 신선한 음식을 멀리하게 되었다.


 그 결과 현대인의 병이라는 당뇨와 고혈압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증가하였고, 이로 인한 수많은 합병증이 생겨났다. 나도 당뇨와 고혈압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태이기에 건강한 글쓰기를 위해서 건강한 음식을 먹는 식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식약동원’이라는 말처럼 먹는 것과 약은 그 근본이 동일하기에 평소 음식을 약처럼 먹으며 건강한 삶을 살 것이다.


 매일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먹는다는 것은 비용을 떠나 정말 귀찮은 일이 될 수도 있다. 바쁜 현대인의 삶 속에서 시간보다 중요한 자산은 없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는 것만큼은 시간을 투자하고 내 몸을 위한 건강한 채소와 과일을 먹을 것이다. 조승우 한약사님의 <완전 배출>에서 말하는 완전한 배출을 위해서는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의 끝이 언제인지 알지 못하지만 그 기간 동안 건강하게 나에게 주어진 사명을 다 하고 싶을 뿐이다. 장수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장수하면 좋겠지만 생명을 연명하며 살고 싶지는 않다. 죽는 순간까지 글을 쓰고 싶다는 말을 실현하려면 작가의 체력을 키워야 하며, 작가의 체력은 식습관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매 순간 잊지 않고 살 것이다.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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