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가 글쓰기라는 아웃풋이 되는 과정
책 수집가였던 시절, 나름 책을 읽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책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책 제목도 잘 생각나지 않는다. 책을 사는 순간, 책을 읽고 싶고 책 대로 하고 싶다는 영감을 받았지만 그것은 책 구매와 함께 사라졌다.
책을 읽고 책 속에 있는 내용대로 행동하는 것이 독서의 핵심인데, 나는 책을 소유하고 있으면 책대로 되는 것으로 착각했고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책은 월급의 일부를 사용하는 소비의 한 축으로, 나의 방을 채우는 장식품으로 사용되었다. 교육열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으실 어머님 덕분에 어릴 적부터 내 주변에는 늘 책이 있었고 손을 뻗기만 하면 책을 잡을 수 있지만 책은 주로 책장에 꽂혀 있었고 가끔씩 책을 읽고는 했다. 딱 한 번 100권을 읽었다는 다이어리의 메모를 보고 추정할 수는 있지만 그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아서 100권을 읽었다는 것이 거짓이라고 해도 나는 변명할 수 없다.
따라서 독서가가 된다는 것은 책읽기를 통해 흔적을 남겨야 한다. 펜을 들어 종이에 적거나, 메모를 하고, 블로그 같은 SNS에 기록하는 등 어떠한 형태로든 흔적을 남기는 것이 포인트이며, 분량도 의미가 없고 오로지 기록하는 것,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흔적 남기기이다. 즉 책읽기가 인풋(input)이라면 글쓰기는 아웃풋(output)으로 책읽기와 글쓰기는 본디 한 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오랜 기간 동안 나의 모든 이력서 상 취미란을 차지한 독서는 책 수집가에서 지금의 초보 독서가에 이르기까지 나의 정체성을 나타내 주고 있다. 책을 수집하는 것만으로 나는 책이란 정체성에 영향을 받고 있었고, 주변 사람들도 내가 책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책은 읽는 행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쓰는 행위로 발전하고 그 흔적을 나누는 고차원적인 행위로 발전해야 하는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칭찬이나 표창을 받기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로부터 전해오는 세상의 이치와 지혜를 공짜로 배우는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며 책읽기를 통해 삼라만상의 지식과 지혜를 배워 지적 능력 향상과 함께 사고의 확장을 통해 진정한 호모 사피엔스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
책읽기를 통해 작가의 생각을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 작가의 분신인 책 속의 모든 것을 훔쳐서 자신의 것으로 재창조하는 과정으로 진정한 지식 창조자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책읽기의 핵심은 책 대로 하는 것, 바로 책 속의 내용을 내 삶에 적용하고 실천하는 것으로 단 한 가지 만이라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무엇을 선택할지는 오로지 나에게 달려 있고 그것을 매일 꾸준히 내 삶 속에서 나타내는 것이 진정한 아웃풋이며, 나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