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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Feb 02. 2024

빅 트리

작은 씨앗에서 위대한 생명으로

 나는 나무를 좋아해서 종종 등산을 가곤 한다. 맑은 날에 산에 오르면 저 멀리까지 볼 수 있어 답답한 마음이 탁 트이는 기분을 느낄 수 있지만, 진정한 산의 매력은 비 오는 날에 절정을 이룬다. 내린 비를 타고 들어오는 흙의 냄새와 나무의 숨결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내린 비로 인해 진흙탕이 되어 신발이 더러워지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 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면야 신발이 더러워지는 것쯤은 감내할 수 있다.

 시골 마을에 가면 입구에 우두커니 서 있는 큰 나무를 쉽게 볼 수 있는데 당산나무라 불리는 이 나무는 마을의 수호신이자 어쩌면 마을이 생기기 전부터 마을의 탄생과 마을 사람들의 대소사를 말없이 지켜본 증인일지도 모른다. 차를 타고 가다 매일 마주하는 가로수부터, 산에 있는 푸른 나무, 그리고 시골마을 앞 당산나무까지 인간은 오랜 시간 동안 나무와 함께 살고, 나무의 덕을 보며 살고 있다. 만약 화석연료가 발견되기 전 나무가 없었다면 인간의 삶은 어떠했을까 상상해 보면, 아마도 제2의 빙하기를 겪지 않았을까 한다.


 나무는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기보다는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구성원을 위해 존재한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나뭇가지에 앉아 잠시 쉬어가는 새부터, 한 여름 나무줄기에서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와 나무에 둥지를 틀고 사는 다람쥐, 아무도 볼 수 없는 나무 안에 살고 애벌레와 나무 아래 피어나는 이름 모를 버섯까지 나무는 수많은 생명체에게 조건 없이 자신을 내어주고, 그들의 생존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물론 나무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하는 행동이지만, 땅속 깊숙이 뿌리를 내려 수분을 흡수하면서 지반을 지탱하고 있어 산사태가 나는 것을 방지해 주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초록색 엽록체의 광합성 반응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내 공기를 깨끗하게 하는 지구의 공기 정화기 역할도 한다.


 뉴질랜드의 타네 마후타 카우리 나무는 쥐라기 시대부터 존재했다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 중 하나로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존재이다. 어쩌면 마을의 탄생 전부터 존재했던 당산나무보다 훨씬 이전부터 있었고, 지구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모든 것을 말없이 지켜봤던 가장 나이가 많은 증인일 수도 있다. 생명체 중 가장 강력했다는 공룡의 멸종과 연약했던 인간이 가장 최상위 포식자의 자리에 올라가는 것을 봤던 나무는 인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구의 유일한 목격자로 많은 것을 지켜본 나무의 삶은 말로 전할 수 없는 에피소드가 많을 것이다. 특히 산업의 급격한 발달로 인해 비롯된 생존의 변화는 나무의 생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수많은 시간을 견디어 오면서 나무는 순탄한 시간을 보내지 않았음을 쉽게 아는 방법은 나이테의 간격을 보는 것이다. 물이 없을 때는 성장을 멈추고 더 깊은 땅속으로 뿌리는 내리며, 물이 충분할 때는 뿌리를 내리기보다는 위로 성장하는 나무의 성장 기록을 볼 수 있다.


 이런 나무도 하나의 작은 씨앗에서 시작했다는 놀라운 사실은 인간의 무지함을 알게 한다. 특히 소나무 주변 작은 소나무들은 엄마 소나무로부터 나온 아기 소나무이다. 모목으로부터 나온 자목들은 모목 주위에 뿌리를 내리고 숲을 이루고 산림을 이룬다. 심지어 나무는 뿌리는 내리며 항상 그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생존을 위해 이동하는 나무도 있다는 사실은 나무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게 만든다.


 하늘 높이 벋어 있는 나무를 보기 위해서는 고개를 들어 나무를 바라보아야 한다. 인간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나무의 높이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높이가 아니다. 마치 원대한 꿈의 크기처럼 무한대로 성장할 수 있는 높이이며 지금도 나무는 하늘에 닿겠다는 꿈을 실현하고 있는 중이다. 나무의 목표가 하늘에 닿는 것이라면 내 꿈의 목표가 어디인지 알고 매일 그것만을 바라본다면 나도 카우리 나무처럼 오랜 시간을 견디며 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으로 채워진다.


#빅트리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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