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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Feb 02. 2024

이상하고 소란스러운 우표의 세계

잊고 있었던 나의 취미 생활

 취미 부자였던 나는 유행인 취미가 있다면 덩달아하고는 했는데 한동안 우표 수집에 빠져 있었다. 나보다 먼저 우표 수집을 하셨던 어머니의 영향을 크게 받았는데 결혼하시기 전부터 기념우표부터 옛날 돈 등을 모으신 수집품을 보고 나도 따라서 우표를 모았다. 특히 매해 연말이 되면 반강제적으로 사야 했던 크리스마스실이 대부분이었지만, 용돈을 모아 틈나는 대로 우표를 모았고 매월 우체국에 들러 기념우표에 대한 소식을 알기 위해 노력했다.

 월드컵 응원의 열기와 함성으로 온 거릴 가득 채웠던 2002년의 여름, 대학생이었던 나는 학교 안 우체국을 지나다가 월드컵 기념우표를 판매한다는 포스터를 보고 집에 있는 우표 수집 바인더가 생각났다. 전문적인 취미 활동을 하게 만들어준 우표에 대한 추억이 소환되어 어린 나이였지만 우표에 대한 신문 기사를 스크랩하거나 우표 관련 책을 찾아보는 일이 많았다. 우표를 향한 순수한 열정이 가득했던 시절이 떠올라 추억 여행의 행복을 잠시 느낄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막 핸드폰이 보급되는 시기여서 편지를 쓰거나 하는 일은 군대 간 동기에게 위문편지를 보내는 일이 아니면 거의 없던 시절이라 우표 수집을 하던 취미 활동을 하지 않았다. 경기 결과와는 상관없이 한국이 처음 개최하는 월드컵을 기념하고자 기념우표를 구매하였고 2002년 한일 월드컵 기념우표를 마지막으로 우표 수집을 더 이상 하지 않았고 일상생활에서도 우표를 사용하는 일이 없었기에 우표는 내 관심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이후 스마트폰이 일상 속으로 빠르게 들어와서 더욱더 우표를 사용하는 일은 적어졌고,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얼마 전 서면으로 안내할 업무가 있어, 등기우편을 보내는데 우표 잡지가 있어 접수를 기다리는 동안 한참 읽어 보았는데, 어릴 적 우표를 모으던 나의 열정이 떠올랐다. 먹고 싶은 간식 사는 것을 참아가며 아낀 돈으로 우표를 샀을 때의 그 쾌감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수집한 우표를 팔지는 않았지만 발행 양이 적거나, 희소한 기념우표는 고가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재테크를 목적으로 수집한 우표가 아니기에 다시 판매한 적은 없지만, 시가의 흐름에 따라 가치가 상승하는 우표의 매력은 필요와 관계없이 우표만이 가질 수 있는 특유한 가치이다. 외국의 경우에는 사용된 우표이지만 유명인이 보낸 우편물의 직인이 더해져 고가의 애장품으로 거래된 기사도 본 적이 있다.

 내가 우표를 사용하는 일은 해외여행을 갔을 때 아내와 아이에게 편지를 쓸 때이다. 특히 외국 우체국의 직인이 찍힌 편지 봉투를 볼 때마다 해외 우편을 보내기 위해 현지의 우체국을 찾아 헤맨 기억이 나고, 일본어로 봉투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호텔 프런트에서 손짓 발짓하며 봉투를 받았던 추억이 떠오른다. 아이가 글을 알기 전부터 보냈던 해외여행의 편지는 지금 책장 한구석에 잘 보관되어 있지만 가끔 타국의 직인을 볼 때마다 그곳이 그리워지고 다시 방문하고 싶은 욕망이 불타오른다.


 다시 우표 수집을 하지는 않겠지만 무엇인가에 대해 이토록 진지하고 순수한 관심을 가졌던 것이 또 있었는지 나에게 물어보고 그 답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즉시 떠오른 답은 글쓰기였다. 순수한 열정으로 이토록 전심을 다해했던 것은 없었다. 또한 지금처럼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일 꾸준히 하는 것도 없었기에 글쓰기는 내 일상의 전부이자 내 현재와 미래이다.

 우표 수집에 빠져 있을 때도 지금처럼 발행 정보를 알기 어려웠던 시절이었지만 우체국 직원을 통해 알게 된 발매일을 달력에 표시해서 가장 먼저 구매하려고 애쓰던 그때의 노력보다 갑절 이상의 노력과 관심을 쏟고 있은 것은 글쓰기이다. 이 노력을 보상받고자 하는 것보다는 이런 모든 행동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행복을 누리기에 집중해서 하는 것이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글쓰기를 매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감사함을 느끼는 시간이다.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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