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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Feb 07. 2024

종업식

봄방학을 기다리는 마음

어제 퇴근하고 책을 읽고 있으니 아이가 옆에 앉아 학습지 숙제를 하면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곁눈질로 계속 확인했다. 내가 글을 쓰고 있지 않음을 알고는 내일 종업식에 대한 글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글루틴 기수마다 글감 달력을 제공해 주지만 단 한 번도 글감 달력대로 글을 쓴 적이 없고, 내가 원하는 글만 써왔는데 지정된 글감을 쓰는 것은 아마도 처음인 것 같다. 글을 읽고 쓸 줄 알게 되면서 내 글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아이의 요청이니 거절할 수 없었다.


 그래서 종업식에 대해 생각해 보는데 ‘종업’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사업이나 학업 따위의 일을 마침을 뜻한다. 아이가 종업식을 한다는 말은 학년이 올라간다는 것이고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는 말이다. 이것이 아이가 종업식을 기다리면서도 두려워하는 이유이다.


 아직 성장 중인 아이의 성향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에 학년이 올라가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내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이 익숙해지고 편안해질 때가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학교생활도 많이 변했다. 내가 학교를 졸업한 지도 오래되었지만, 요즘 초등학교의 학사과정은 이해하기 힘들어서 방학이 짧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기본 2달 정도 학교를 안 갔는데 요즘은 한 달도 안 되는 것 같아 내심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방학 때는 시골 할머니 집이나 외갓집에 가서 한 달 동안 늦잠 자고 벌레나 물고기 잡고 놀거나, 썰매를 타고 신나게 놀았던 추억이 있기에 짧은 방학은 아이들에게 이런 추억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 같아 방학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조부모가 시골에 사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귀촌한 경우가 아니라면 시골 근처에 가보지도 못했을 아이에게 벌레나 물고기를 잡는 자연의 놀이터는 없고 키즈 카페나 체험학습장이 더 익숙할 것이다.

 

 그리고 눈썰매는 포대자루를 타고 비탈길을 내려오는 것보다 눈썰매장에서 플라스틱 썰매를 타는 것이 더 익숙한 아이에게 어떤 추억을 만들어 줄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다행스럽게 아이에게는 내가 경험했던 자연의 추억을 함께 하고 있다. 숲에서 벌레를 잡고 강가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능선에서 쇼핑백으로 눈썰매를 탔었다.


 생존을 위한 투쟁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인간에게 놀이를 할 수 있는 유희의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어른이나 아이에게도 호모 루덴스의 본능을 거부할 수 없다. 종업식을 하고 봄방학을 하는 아이에게 어떤 추억을 만들어줘야 할지를 고민해 봐야겠다. 훗날 내 나이가 되었을 때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물하고 싶다.


#글루틴

#팀라이트

#종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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