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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Feb 11. 2024

라틴어 수업

진정한 지성인이 되기 위한 행동


한국인 최초, 동아시아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가 된 한동일 작가님의 <라틴어 인생 문장>이란 책을 읽고 잊고 있던 라틴어 문장 두 개를 떠올리며 라틴어에 대한 관심이 다시 살아났다. 설 연휴의 여유로움을 보내기 위해 라틴어 관련 책을 세 권 빌려 라틴어를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라틴어는 배우기 정말 어려운 언어로 동사의 파생형만 수십 가지가 되는 라틴어를 짧은 연휴 기간 동안 다 알 수는 없겠지만 라틴어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난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낄 수 있는 생활의 발견이라 생각한다.


 로마인이 사용하던 라틴어는 이제 더 이상 사용되는 언어는 아니지만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대학 및 고등학교 과정에서 중요한 과목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학교 커리큘럼에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고등학교에서도 배운다는 것은 처음 알았는데 국영수를 중점적으로 배웠던 한국인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실생활에서 라틴어를 사용하는 가톨릭 사제와 같은 경우는 로마법을 사용하고 의식의 절차도 라틴어가 기본이 되기에 배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사용할 수도 없는 언어를 가르치고 배우는 의도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영어와 유럽어들의 근원인 라틴어를 배우면서 모국어의 뿌리와 파생 과정을 알고, 언어의 발달뿐만 아니라 언어 속에 집약되어 있는 문화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언어를 알기 전부터 무의식적으로 사용해 온 모국어의 근원을 안다면 모국어에 대한 이해는 물론, 언어의 사용에 있어서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뿌리를 알고 근원을 안다는 것은 언어의 정체성을 물론 민족과 문화의 시작점까지 알 수 있는 엄청난 기회이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천 가지의 언어 중에 라틴어처럼 고어이지만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언어는 없을 것이다. 고어가 되었지만 자신의 자손 격인 언어 속에서 여전히 존재한다.


 라틴어는 로마시대 소수의 지배층만이 사용하던 귀족 언어였다. 로마공화정이 폐지되고 동서로마로 분리되면서 라틴어의 사용이 확대되기도 했지만, 강력한 팍스 로마나의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라틴어는 더 이상 귀족의 언어라는 지위를 지킬 수 없게 되었다. 가톨릭 사제와 귀족들만 보던 라틴어 성경이 구텐베르크의 인쇄 혁명으로 인해 대중에게 그들의 언어로 보급된 사건은 라틴어 사용의 종식과도 같은 것이었다.


 지금의 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귀한 사치품이었던 책에 적혀 있는 정보와 언어 구사능력은 남들과 비교되어 지위를 구별하는 무기로 사용되었지만, 이제 책을 귀중품이 아닌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고,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도 번역기 앱을 이용하면 쉽게 할 수 있다. 심지어 AI가 탑재된 최근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전화나 문자를 사용할 때도 굳이 외국어를 몰라도 대화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을 정도이다.


 이제 더 이상 언어의 사용이 지위나 능력을 나타내는 역할을 하던 시대는 지났으며 다시 그런 시대가 올 가능성은 적다. 오히려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 위해 투자했던 시간과 노력을 디지털 언어를 배우는 것에 사용한다면 미래 사회에서 새로운 권력과 부를 창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어가 된 라틴어는 지성인의 표상이었다면 이제 디지털 언어가 미래의 표상이 되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 하이데거


 하지만 시대의 변화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언어가 가지는 의미와 존재를 담는 용기로서의 역할이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가 나를 나타내주는 것처럼 나의 언어만 보아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내 언어 속에는 어떤 것이 담겨 있는지 돌이켜보며 라틴어를 사용하던 로마인의 지성처럼 내 언어 속에도 세상의 지성이 담겨 있기를 원한다. 그리고 나만을 위해 배우는 것이 아닌 나로 인해 세상이 보다 따뜻하고 살맛 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작은 힘을 보탤 수 있는 노력의 원천이 되게 할 것이다.


#라틴어수업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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