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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Feb 12. 2024

라틴어 문장 수업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의 힘

 https://brunch.co.kr/@ilikebook/522


최근 한동일 작가님의 <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이라는 책을 읽기 전까지 내가 알고 있는 라틴어는 Fiat Lux, Sic itur ad astra 딱 두 개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세상 어떤 언어보다 문법적으로 완벽한 언어인 라틴어는 몇 번 익히다 보면 뇌리 속에 확 들어와 박힐 정도로 강력한 인상을 준다. 평소 자주 사용하지 않았지만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주는 언어라고 생각한다.


 라틴어는 역사상 강력한 세계제국을 만들었던 로마인들이 사용했던 언어이다.  유럽 대부분의 땅을 자신의 제국으로 만들었던 로마인들의 가장 뛰어난 능력인 그 지역의 문화를 흡수하여 자신들의 문화로 만드는 힘이다. 한 예로 로마인은 그리스 문명에 대해 병적으로 집착했고 그리스 신화를 자신들의 신화로 흡수하여 그리스 신화라는 말보다 그리스 로마신화라는 말이 더 일반적으로 사용되도록 만들었다.


 이런 로마인의 힘은 로마 제국의 멸망과 함께 라틴어는 고어가 되어 버린 역사의 후퇴를 맞이했지만 서구 사회의 각 분야 속에 녹아들어 근원을 이루고 있다. 특히 일상의 언어가 아닌 라틴어는 내가 알고 있던 유일한 라틴어 중 하나인 Fiat Lux처럼 UCLA의 모토로 전해지고 있고, 파리 시의 문장에는 파리 시의 모토가 다음과 같이 라틴어로 적혀 있다.   


 Fluctuat nec mergitur(흔들리지만 가라앉지 않는다)라는 문장은 역사적으로 수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지만 끝까지 살아남아 지금의 파리를 만든 파리지앵의 힘을 단 한 문장으로 표현해 준다고 생각한다. 파리 시의 모토를 보다 한국적인 문장으로 표현하면 “시련은 있어도 좌절은 없다”라고 할 수 있는데 현대그룹의 창업주 정주영 회장님께서 즐겨하신 말과 같은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이어리에 맘에 드는 라틴어 문장을 하나씩 쓰다 보니 어느덧 몇 페이지 가득 채우게 되었는데 며칠 발음 나는 대로 적은 것을 따라 읽으니 제법 입에 묻어서 발음하기 쉬워졌다. 내 취미가 더 늘어나는 것을 가장 경계하는 아내가 라틴어 연습을 하는 것을 보고 ‘이제 라틴어도 하네’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라틴어를 공부하려는 의도보다는 그냥 라틴어를 읽고 쓰며 로마인의 생각을 훔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하다.


 라틴어 문장을 쓰면서 우리나라도 1966년까지 라틴어로 미사를 드렸다는 사실에 놀랐고 내가 주로 사용하는 미쯔비시사의 ‘시그노’라는 볼펜도 표시라는 뜻의 라틴어라는 사실에 더 놀랐다. 생활 속에 깊이 높아 있는 라틴어를 사용하면서도 라틴어인지 몰랐던 나의 무지가 조금씩 깨어지면서 조금씩 지성인이 되어간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지성인은 많이 배우고 지식이 많은 사람이 아닌, 머릿속의 지식을 실천하며 남에게 선한 영향을 주는 사림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먼저 나를 다듬고 다스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와 일맥상통한다. 무엇을 하든 그 시작은 내 안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나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면 그 어떤 것도 다스릴 수 없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나를 다스리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거짓과 허상이 되기 때문에 매일 라틴어를 쓰면서 나를 다스리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때론 흔들리고 쓰러질 때도 있겠지만 그 옛날 바람이 부는 센 강에서 고기를 잡으며 살아남은 파리지 부족처럼 어려움 속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매일을 살아간다면 나도 역사의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존재라 될 것이라 믿는다. 가치가 일상이 되는 하루를 만들 수 있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 능히 가능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굳은 믿음으로 묵묵히 꾸준히, 호시우행의 정신을 Festina lente(천천히 서둘러라)의 모습으로 나타낼 것이다.


#라틴어문장수업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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