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아 Feb 06. 2024

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

문장을 읊조리며 시작하는 하루

 가끔 미국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대학교 생활에 대한 에피소드를 보면 라틴어 수업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라틴어는 고어(古語)로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사라진 옛날 말임에도 불구하고 “왜 라틴어를 배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용할 수도 없는 언어가 세계적인 대학의 커리큘럼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배워야 하는 의미와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었지만, 왜 그런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이런 라틴어에 대한 호기심 속에 배운 라틴어가 2개 있는데 UCLA의 슬로건인 ‘Fiat Lux(Let there be light 빛이 있으라)‘와 고등학교 때 읽었던 책을 출판한 출판사의 이름이기도 한 시아(SIAA)의 원뜻인 ‘Sic Itur ad astra(그리하여 불후의 명성을 남기다)’라는 문장이다. 고등학생의 눈으로 보아도 라틴어를 알고 있다는 것이 친구들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주었고, 라틴어에 대해 더 배우고 싶었지만 대입 준비를 하는 내게는 수험생으로 상상할 수 없는 사치였다.


 다시 라틴어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한동일 작가님의 <라틴어 수업>이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당시 베스트셀러였기에 더욱 관심이 가기도 했지만, 대입 준비로 인생 최대의 스트레스 속에 방황하던 나에게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동경과 어둠 속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로 지금은 낮은 곳에 있지만 언젠가 저 높은 곳을 향해 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도와주었다.


 20년이 넘게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엄청 뇌리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아 있었고, 자주 읽어나 읽지는 않았지만 인생의 방향성을 잡아주던 다림줄과 같은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처럼 두려움과 공포를 주는 외부의 칼보다 내면 깊은 곳에 흔적, 스티그마(stigma)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런 문장을 진작부터 활용했다면 불안에 떨지도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너를 사랑해.

너를 보고 있어.

널 믿어.

우리 해보자.

 

 라틴어 문장은 아니지만 나는 매일 나의 문장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2년 정도 매일 반복하다 보니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나조차도 부끄러워서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제와는 다른 인생을 살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었기에 부끄러움 정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후회한 들 아무 소용없다는 진리처럼 이제라도 인생의 문장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인생은 순간의 축적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 일분일초의 소중함을 느끼며, 매 순간 진심과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마음가짐과 삶의 태도를 가지게 한 문장이 바로 새벽 나와의 대화이다. 이런 매일의 시도를 하면서 눈에 띌 정도로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지만 분명 어제의 나와는 다른 오늘의 나를 만나고 싶다는 의지의 표명이자 나와의 다짐이다.


 하나를 시도해서 하나의 결과를 온전히 얻으려 한다면 그건 도둑놈 심보라고 생각하기에 계속 시도하고 또 시도할 것이다. 계속되는 시도 속에서 낙심하거나 좌절할 때도 분명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멈추지 않고 나만의 도전을 지속할 것이다. 그 옛날 어둠 속 바다를 항해하던 선원들이 북쪽 하늘의 빛나는 북극성을 바라보며 방향을 잃지 않았던 것처럼,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미래의 길을 걸어가는 나에게 인생의 문장은 희망의 증거이자 목표가 있는 방향을 알게 해주는 나침반이다.


#글루틴

#팀라이트

매거진의 이전글 스니커즈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