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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Feb 05. 2024

스니커즈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을까

편안함이 선물한 자유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꿈꾸는 나에게 가장 포기하기 어려운 물건이 있는데 바로 신발이다. 가지고 있는 신발 중 가장 오래된 것이 15년 정도 된 신발인데 최근에 샀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상태가 좋다. 자주 신지 않아서 이런 말을 들을 수 있겠지만 내가 신발을 오래 신을 수 있는 가장 큰 비결은 절대 신발을 구겨 신지 않는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딱 한 번 신발을 구겨 신다 혼난 이후로 절대 신발을 구겨 신지 않는다.


 이 원친은 나만의 원칙이기도 하지만 아내와 아이에게도 강요 아닌 강요를 한다. 특히 아이에게는 신발을 구겨 신으면 새 신발을 사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내밀 정도로 강하게 말했다. 다행스럽게 아이도 나의 원칙을 잘 따라주고 신발을 아끼며 잘 착용한다. 신발의 존재 이유는 발을 보호하는 것이지만 요즘은 존재 이유를 뛰어넘는 기능적인 이유와 패션의 완성을 위한 종결자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유명인이 착용한 신발은 정가보다 비싼 값에 거래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신발은 발을 보호하는 목적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누가 소유했냐에 따라 더 큰 가치를 가지는 신발은 새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새것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기도 한다. 이처럼 신발은 본래의 목적을 뛰어넘은 다양한 가치의 소유자로 인간의 직립 보행을 지켜본 증인으로 오랜 시간 인간과 함께 해왔다.


 가치가 있는 신발은 고가이지만 고가라고 해서 반드시 편한 것은 아니다. 여성의 하이힐처럼 세련된 멋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걸을 때마다 위태로움을 느끼게 하는 하이힐 위에서 균형을 잡고 트렌디하게 걸어야 하는 부담감은 절대 편안함을 선물하지 못한다. 아무리 멋있고 비싼 신발이라도 신었을 때 편하지 않으며 신발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목적을 수행할 수 없고, 착용했을 때 어색함과 신고 다닐 때 불편함을 줄 것이다.


 TPO에 따라 착용하는 신발이 달라질 수 있지만 특별한 일이 없을 때는 편안한 스니커즈를 주로 신는다. 내가 좋아하는 스니커즈는 나이키 에어 포스 원으로 AF1이란 상품명으로 더 유명한 신발인데 내가 에어포스 원을 좋아하는 이유는 편해서이다. 정말 당연한 이유이지만 신었을 때 가장 편하기 때문에 에어포스 원을 주로 신는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에어포스 원을 신으면 가장 편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발에 땀이 많은 나는 가급적이면 오늘 신은 신발은 내일 신지 않기 때문에 몇 가지 종류의 에어포스 원 모델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절대 신발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미니멀리스트로 가는 여정이 쉽지 않다. 오히려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새로운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찾아보고는 하지만 이미 10종류 이상의 모델을 가지고 있기에 더 이상 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신발을 선택하는 데 있어 편안함이 최우선 순위라고 한다면 차선은 기능성이다.  그래서 나는 기능에 따라 신발을 가지고 있다. 현관 신발장을 열면 내 신발이 가장 많이 있는데 나는 신발의 기능에 따라 달리 신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신발을 신는다. 러닝 할 때는 러닝화, 농구할 때는 농구화, 등산할 때는 등산화를 신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신발은 편안함이 충족되었다면 기능에 맞는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만약 축구 경기를 하는데 등산화를 신고 한다면 신발을 신은 사람보다 그것을 보고 있는 사람이 더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신발은 오히려 벗고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정도로 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특이한 모양의 신발을 제작하기도 하며, 유명 축구 선수의 발에 딱 맞는 크기는 물론 발을 온전히 감싸도록 만들어 마치 맨발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신발이 몸의 일부인 양 착각할 정도이다.


 편안함과 기능, 유행의 마침표이자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신발은 스니커즈이다. 특히 스티브 잡스가 즐겨 신은 뉴발란스 신발은 애플 유저에게 반드시 신어야 하는 신발로 인식될 정도로 애플 하면 뉴발란스라는 공식이 만들어질 정도이다. 나도 뉴발란스 스니커즈를 신어 보았지만 밑창이 얇아서 오래 신으니 발바닥으로 전달되는 충격을 막아주지 못해 다시는 신지 않는다. 누가 신었기 때문에 나도 신어야 한다는 공식은 성립되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내가 편하고 신었을 때 기분 좋은 신발을 신고 밥벌이를 하기도 하고 운동도 하며, 집 주변을 산책하며 생각의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유명인을 모방하는 것이 아닌 나만의 편안함으로 나만의 스타일과 나만의 습관을 통해 나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고 있다. 신발이 전해 주는 메시지를 통해 나의 정체성을 알게 하는 그런 신발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일단 내 발에 딱 맞고 신었을 때 편안한 신발이 최고의 신발일 것이고  정체성은 부착적인 문제이다.


 따라서 나를 표현하는 정체성은 편안함 속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를 알고자 한다면, 나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먼저 나를 편안함으로 인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곳에서 나의 정체성이 표현되기 때문에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과 시간, 그리고 물건은 나를 알 수 있게 해주는 힌트와도 같다. 신발이라는 힌트를 통해 나를 알게 해주는 편안함의 최종 산물인 정체성으로 나를 알리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 인도해 주는 신발이었으면 하는 꿈을 꾼다.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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