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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Feb 13. 2024

단독자

별을 보며 가는 사람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은 딱히 없어 그날 그때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책을 읽다가 인용된 문구를 보면 인용된 책은 반드시 읽어 본다. 이는 책을 가장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인용된 책을 읽으면 작가가 왜 그 책을 인용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런 연유로 ‘책 속의 책’이란 말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가 책을 읽는 행위만으로 전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책을 읽으며 생기는 궁금증은 웬만하면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https://brunch.co.kr/@ilikebook/510


 얼마 전 읽은 <가짜 감정>이란 책에서 인용된 단독자라는 단어는 검색만으로 내 궁금증을 해소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단독자>라는 책을 읽기 위해 내가 이용하는 도서관 몇 곳에서 찾아봤지만 출간된 지 10년 가까이 된 도서라 쉽게 구할 수 없었다. 마산지혜의바다에 한 권 있는 것을 상호대차 신청하여 자주 가는 김해지혜의바다에서 수령을 기다리면서 국회부산도서관에 있는 단독자를 앉은자리에서 읽었다. 하지만 이 책은 제목만 단독자일 뿐 <가짜 감정>에서 인용된 단독자(Der Einzelne)이란 개념을 설명하지는 못했다.


https://brunch.co.kr/@ilikebook/520


그래서 ‘단독자’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관련 논문도 검색해 보았는데 사실 단독자란 개념은 덴마크 철학자 키에르케고르가 처음 사용하였고 실존주의 철학에 입각하여 인간이란 존재를 하나의 특정한 주관적인 대상으로 보며 그 존재로서의 출발점을 단독자라는 개념으로 설명하였다. 찾아본 논문들도 신학 연구에 대한 논문이었는데 절대자인 신 앞에서 존재를 알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노력도 의미 없게 되는 인간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신의 형상대로 만들어진 인간은 이마고 데이(Imago Dei)이지만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자신을 찾으려고 하신 어리석음과 절대자를 떠나서는 단 한순간도 살 수 없는 나약함 속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절대자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대상이 된다는 사실이 종교적인 깨달음을 넘어 존재로서의 의미를 알게 되는 순간임을 느꼈다. 주관적이라는 것은 개인적이라는 말로 주관적인 존재는 즉 개인적인 존재로 풀이된다.


 인간 각자에게 선물로 주어진 고유의 재능 또한 개인적이다. 이런 재능이 때론 쓸모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계명구도(鷄鳴狗盜)의 이야기처럼 자신의 능력을 알아봐 주는 사람과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때를 만나게 된다면 결국 개인 능력의 꽃을 만개할 수 있다. 그때까지는 세상이 알아주지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단독자의 삶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라는 말처럼 때를 기다리는 방랑자가 되어야만 한다.

 때론 내가 걷는 길이 의심스럽고 보잘것없다고 느껴질 때도 있겠지만 “눈길을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걸은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지니 “라는 말과 같이 내가 만든 길을 따르는 사람에게 어둠 속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세상이 아니라고 해도 내가 맞다고 당당히 외칠 수 있는 용기와 정해진 것이 없는 세계를 향한 구라를 날리며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투지가 진정한 주관적인 존재로서의 단독자임을 알게 할  것이다.


#단독자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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