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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Feb 14. 2024

자연에 이름 붙이기

보이지 않던 세계가 보이기 시작할 때

2016년 노르웨이에서 순록 삼백여 마리가 한 번에 죽어 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의문의 떼죽음에 대해 여러 가지 추축이 있었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원인은 낙뢰에 의한 감전사였고, 원인이 밝혀지자 순록의 시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북유럽에 살고 있는 사미족에서 없어서는 안 될 순록이었기에 치열한 논쟁 끝에 그대로 두기로 결정했다.


 폐사한 동물 근처에 가면 코를 찌르는 듯한 악취가 나기도 하지만 시체를 먹기 위해 설치류부터 곤충까지 들끌어서 생태계에 문제가 될 것이라 주장했던 사람들이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방치하기로 한 결정은 무책임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자연에서 일어난 일은 자연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그대로 두는 것을 반대했던 사람들은 마지못해 결정에 따르지만, 자연 파괴를 주장하며 결정을 번복하려고 했으나 그들의 걱정과 주장과는 달리 자연은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을 포용했다. 몇 달 사이 녹록의 사체는 부패되어 흙으로 돌아갔고 작은 포유류, 조류, 곤충에서 풍부한 먹잇감을 선물해 주었다. 살이 모두 사라진 순록의 뼈와 가죽도 썩어져 땅속으로 들어가 또 다른 생명의 젖줄이 되었다.


 순록이 패사한 그곳은 자연이 파괴되거나 황무지가 되지 않았고 오히려 이전보다 풍부한 먹잇감으로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졌고 이는 자연의 포용력과 순환의 거대한 힘을 알게 해주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렇게 자연은 인간의 과학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놀라운 일들이 수시로 일어난다. 인류가 오랜 시간 정립한 과학적 사고의 틀로 자연을 이해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오류 투성인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생물의 계통 발생을 연구하여 생물을 분류하는 계통분류학(systematics)에 따르면 모든 생명체는 역(Domain)-계(Kingdom)-문(Phylum/Division)-강(Class)-목(Order)-과(Family)-속(Genus)-종(Species)으로 나눌 수 있다. 계통분류학의 기준으로 보면 인간은 동물계-척삭동물문-포유강-영장목-사람속-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


 특히 과와 속 사이에 ‘족(Tribe)’이라는 과의 하위 분류 개념을 만들어 사람족(Hominini)에서 침팬지 속(Pan)과 사람 속(Homo)을 포함시켰고 이는 유전학적으로 인간과 침팬지는 98.4%의 유사성을 보이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계통분류학에 있어서 분자생물학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고 핵심적이었다. 특히 실험에 의한 사실 증명이 어려웠기에 비교형태학, 비교발생학, 유전학, 형태학, 발생학 등의 새로운 학문의 발전과 도입을 통해 과학적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했다.

  

 진화론적 입장에서 약육강식의 생태계는 용불용설의 주장을 지지한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환경에 영향을 받아 그에 맞게 생활 방식을 결정하거나 본능을 맞춤으로 생존을 영위해 왔다. 예를 들어 시베리아는 허스키라는 개의 종은 본능적으로 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살아온 시베리아라는 환경은 물이 풍부하고 특히 겨울에 많은 눈이 내리는 지역이다. 이런 곳에서 물을 싫어하는 개들은 죽거나 취향을 바꿔야만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특히 동물의 입장에서 본다면 환경을 거스른다는 것은 생존을 위협하는 위대한 도전이다. 자신의 본능에 적합한 환경을 찾기 위해서는 서식지를 바꾸는 이주를 해야 하는데, 이것 또한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도전이다. 소수의 개체만 이주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생존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생존한다.


 예를 들어 추운 시베리아와 알래스카가 고향인 시베리아허스키, 알래스칸 말라뮤트, 사모예드 같은 견종은 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의 조상은 눈이 많은 곳에 살았고 물에 빠지면 동상에 걸려 불구가 되거나 고통스럽게 죽음에 이른다는 것을 경험으로 학습해서 유전자 속에 저장했기 때문이다. 개체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이들 종의 개들은 물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이자 본능이다.

 

 생물의 DNA 속에는 수많은 유전정보가 담겨 있고 그 유전자는 환경의 필요에 따라 발현되거나 발현되어도 불필요함을 느낀다면 자연스럽게 소멸될 수도 있다. 유전적 차이에 의해 계통을 분류하는 것은 새우와 바퀴벌레가 먼 친척 관계의 계통을 통해 눈을 감은 채 바퀴벌레를 오래오래 씹으면 새우 맛이 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짐을 알 수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종의 실체를 모르는 상황에서 계통을 분류하는 것은 존재 자체의 부정을 초래할 심각한 전제 조건에서 출발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이미 멸종되어 존재하지 않는 태즈메이니아주머니늑대가 유대류인지 개과의 동물인지 논의하는 것도 계통분류학적으로 유대류와 갯과 동물의 차이를 밝혀내는데 일조할 수 있겠지만 유대류와 개는 분류 시점 자체가 다르다.


 계통분류학의 근거를 부정하거나 오류를 지적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많은 종의 생물을 포용할 수 있는 계통분류학이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난제를 해결하고 새롭게 발견된 종에 대한 정확한 연구와 이해를 통해 변종과 아종의 존재를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고기와 폐어, 그리고 소와의 관계에서 어떤 생물종이 보다 깊은 연관이 있는지를 알게 된다면 계통분류학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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