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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Feb 15. 2024

불편한 편의점

불편함이 편리함으로 바뀌는 곳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편의점, 목이 마를 때 생수나 음료수부터 술과 담배, 그리고 허기를 채워주는 현대인의 먹거리인 도시락까지 거의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편리한 공간이다. 대가족의 가족 질서가 해체되고 핵가족을 넘어 싱글 라이프의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요즘은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 대형마트보다는 조금 가격이 비싸도 딱 필요한 물건만 살 수 있는 편의점 쇼핑을 더 선호한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현대인에게 시간과 장소의 편리함을 제공하는 편의점은 최적의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런치 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점심값의 급등을 부담스러워하는 직장인에게는 편의점 도시락만큼 포만감은 물론 가성비 소비를 했다는 심리적 만족감을 주는 상품은 없을 것이다.


 나도 가끔 서울 출장을 갈 때면 회사 인근 음식값이 너무 부담스러워 아내의 정성이 담긴 도시락을 준비하거나 샌드위치나 삼각김밥 같은 것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유통 채널보다 비싸다고 인식되는 편의점이지만 통신사 할인이나 +1 행사 상품을 구매함으로 편의점은 비싸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가격이 저렴한 구매를 하는 스마트한 소비자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편의점은 선진국형 산업이라 과열 출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고 작년 기준 편의점 빅 2 점포 수만 합쳐도 3만 5천 점에 육박하는 숫자이지만 지속적으로 편의점은 생겨날 것이다. 편의점 선진국 일본의 경우만 보더라도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지만 외딴 시골에도 편의점이 있어 물건을 구매하는데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수준이다.


 물론 신주쿠나 하라주쿠에 가면 한 블록 너머 편의점이 있을 정도로 편의점 천국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도시락은 물론 스시와 메밀, 각양각색의 디저트를 판매하고 있어 식당보다는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 나도 삿포로나 오키나와를 여행 갈 때면 저녁은 꼭 편의점에 들러 일본 편의점 먹거리를 먹는 습관이 생겼을 정도이다.


 편의점은 이렇게 고객에게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에게 편리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고객에게 제공되는 상품과 서비스를 준비하기 위해서 편의점 사장님과 근무자들은 불편함을 감소하며 준비해야 함을 아는 사람을 별로 없을 것이다. 그들의 일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한 공간에 불편함과 편리함이 공존하는 아이러니 속에서 고객과 사장님은 함께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https://brunch.co.kr/@junekook/156


 오랜 기간 글루틴에서 함께 글쓰기를 하는 작가님의 애착 편의점 이야기를 보면서 ‘정’이란 매개체를 통한 불편함과 편리함이 서로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나에게도 그런 대상이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무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편의점을 이용하면서 편리함과 불편함을 동시에 느꼈던 작가님은 갑자기 편의점이 사라진 것에 대해 불편함보다는 애틋한 아쉬움을 느낄 정도로 불편함마저도 정으로 승화되는 마법에 중독된 것이었다.


 그런 정을 느끼게 된 것도 편의점에 갈 때마다 먼저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상품을 찾을 때 친절하게 안내하며 낯선 공간에 대한 경계심을 내려놓고 무엇이 필요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이 편의점이 생각나도록 하는 것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느꼈던 편리함을 넘어 그 이상이 것을 받았기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 이상은 것은 아무도 모른다. 오직 받은 사람만 알고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서비스이자 편리함이다. 이것 때문에 아무리 가격이 싸고 좋은 상품이 있어도 쉽게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게 되고, 어쩔 수 없이 갔을 때라도 미안한 마음이 생기는 이유이다. 초핵가족화된 사회 속에서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상대가 없는 시대, 낯선 누군가에게 밝은 미소와 친절한 말 한마디는 정을 느끼게 하는 최고의 마중물이다.


 술에 중독될 정도로 고통을 잊고자 했던 독고에게 옥수수수염차가 오랜 시간 숙성된 진한 위스키와 같은 색상을 가지고 있어 마치 술을 마시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하듯이, 오늘 나의 고통과 괴로움을 해소해 줄 독한 위스키 대신 낯선 이가 건네는 옥수수수염차처럼 시원하고 맑은 편리함이 내 속의 갈증과 열망을 해소해 주었으면 좋겠다.

 

 고독과 외로움이 만연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정을 느낄 수 있는 불편한 편의점은 역설적으로 편리한 편의점 일 것이다. 다만 지금 내가 불편함을 느낀다 할지라도 정이 쌓이면 그 불편함마저도 편리함으로 바뀌는 역설의 공간이 된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투쟁도 역설 덩어리였기에, 어쩌면 이런 역설에 익숙한 인간의 본능이 불편함으로 이끄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무엇인가를 먼저 한다는 것 자체가 불편함이다. 하지만 내가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먼저 행동한다면 내 주변은 편리함으로 채워지고 결국 나 자신도 편리함을 느낄 수 있는 마법이 일어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이런 마법이 내 주위에 넘쳐나도록 내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내 가족과 주변의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할 것이다. 불편함과 편리함이 공존하는 역설은 결국에는 모든 것이 편리함이 되는 역설의 파괴가 일어난다. 그런 파괴에서 인간의 정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불편한편의점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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